컨텐츠 바로가기

01.07 (화)

‘오겜’ 이정재, 수양대군 목소리 지적에 “최선의 표현 선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즌2를 찍으며 가장 많이 생각이 든 단어는 양심이었어요. 숨기자면 숨길 수 있는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훈 같은 인물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게 작가(황동혁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세계일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돌아온 배우 이정재는 주역인 성기훈을 연기하는 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작은 용기를 내는 이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기훈은 시즌1에서 살아남고 456억원의 상금을 받지만 3년 후 다시 지옥 같은 게임장으로 돌아온다. 일부 시청자는 부호가 된 기훈이 다시 생사를 거는 데 대해 물음표를 단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기훈의 이런 행동을 ‘양심’으로 해석했다.

기훈은 게임 우승 후 3년 사이 전혀 딴 인물이 됐다. 이정재의 연기도 변했다. 이 때문에 시즌2에서는 그의 연기에 대해 “너무 (그가 출연한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처럼 발성한다”는 후기도 나온다. 이정재는 “시즌1에서도 그 목소리가 나왔다”며 “노숙자 생활로 기훈이 변했을 때, 오영일과 대화하거나 공항에서 프론트맨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벌써 진중해진 목소리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나름으로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최선의 표현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7화에서 기훈은 참가자들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반란을 택한다. 이정재는 “시즌1에서 기훈은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걸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며 “그런데 (게임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방법이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감행한 작전이 실패했기에 훨씬 더 심리적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론트맨의) ‘영웅놀이는 재미있었느냐’가 굉장히 의미 있는 대사예요. ‘그럼 내가 사람을 살리려 지금까지 해온 모든 노력을 하지 말았어야 하나’ 반문하게 되죠. 기훈의 좌절감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가장 직접적인 대사입니다. ‘네가 했던 건 아무 것도 아냐, 사람을 구하겠다? 헛된 생각이야, 영웅놀이일 뿐이야, 네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끔찍하게 보여줄게’라고 느끼는 거거든요.”

기훈은 ‘1번’ 참가자로 위장한 프론트맨의 정체를 답답할만큼 알아채지 못한다. 이정재는 “기훈은 ‘이 게임을 해본 내가 여러분보다 잘 압니다, 믿고 따라주세요’하는 감정이 제일 크다”며 “지지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프론트맨이 기훈을 찌르는 듯한 말을 하는데도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사실 기훈이 태어나길 영특하거나 힘이 센 건 아니다. 시즌1을 통과했다고 갑자기 영특해지는 건 과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프론트맨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에 대해서는 “모든 배우들이 고민을 많이 하지만, 병헌이형 역시 다각도로 자기 캐릭터를 바라보려는 시각을 가졌다”며 “어떤 시각으로 연기할지 연출자와 끊임없이 상의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황 감독이 대본을 쓰셔서 그 의도를 현장에서 정확히 알 수 있어서 (감독과) 충분히 대화해 차근차근 해나갔다”며 “(이병헌이) 자기가 한 행동의 의도가 이 작품의 의도와 같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걸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두번째 게임인 ‘5인6각’에서 제기차기를 맡았다. 다섯번만 차면 성공이다. 이정재는 이를 위해 두 달이나 연습했다. 그는 “해보면 제기 두 개 차기도 힘들다”고 농담처럼 말한 뒤 “저도 나이가 있어서, 하도 연습하니 골반이 아프더라”라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이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 드라마가 되면서 이정재는 세계적 스타로 거듭났다. 이 때문에 시즌2에서 그가 엄청난 출연료를 받았으리라는 추측이 흥밋거리로 회자된다. 이정재는 “글로벌 프로젝트 계약은 (소속사인) 미국의 CAA가 진행하는데 제가 당부드린 건 딱 하나”라며 “‘다른 조건은 괜찮고, 넷플릭스와의 관계만 잘 해달라, 너무 타이트하지 않게 유연하게 해달라’였다”고 말했다. 그의 선례 때문에 다른 한국 배우가 넷플릭스와 계약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 배우가 된만큼 책임감이 따라설까. 그는 극심하게 침체된 영화계도 걱정했다. 이정재는 “해외에서 한국 영화·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기에 이 시점에 저희가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영화제작 편수가 너무 줄었다”며 “지금은 (한 해에) 30편도 안 되니 잘 될 확률이 확 줄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작 편수를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시즌2가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끝나면서 많은 시청자가 시즌3을 고대하고 있다. 이정재는 “시즌3에서는 훨씬 심리적 게임으로 전환된다.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더 깊이 들어가는 내용이라 훨씬 더 재미있는 설정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즌3 내용 유출을 막기 위해 사전 당부를 철저히 받았다는 그는 ‘말 못하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황동혁 감독의 아주 큰 장점 중 하나가 신 하나 안에서 여러 번의 반전을 이루고 전체 시즌에서도 캐릭터·이야기에 큰 굴곡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장점이 시즌2와 3에도 분명히 있다. 황 감독이 시즌3까지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잘 썼다”고 장담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