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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칼럼]용산 경호처장 박종준에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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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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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능력도 기백도 없는 체포영장 집행을 용산 경호처장 박종준이가 물리친 것을 보고 지지자들은 "이겼다"며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겼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정신 승리를 지켜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뼈저리게 신음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검사로 살며 법을 집행하던 사람이 최고 권력에 올라 거꾸로 법 집행의 파괴자로 몰락한 대통령 윤석열, 그리고 그의 곁에서 사병집단이 되어버린 경호 인력. 국민들의 타들어가는 속을 무엇으로 형언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파괴자로 전락한 윤석열도 진짜 이겼다고 생각하는 걸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는 지금 겁에 질려 있다. 내란죄 수괴로 구속이 되는 순간, 그의 인생이 끝장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경험적으로 더 잘 알고 있다. 현실이 몹시 두렵기 때문에 그의 주변엔 모두 미치광이들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뿐이다. 그들의 '아무말 대잔치'는 과연 저 사람들이 우리가 이전에 알던 그 법조인들이 맞는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는 "미치광이 역적"이라고 정리했다.

역적과 같은 집단에게 일시적 승리감을 도취시킨 공수처장 오동운과 120명 남짓의 공수처 검사,수사관에 대한 비판은 마땅하다. 기자는 작년 6월쯤부터 공수처가 능력과 용기가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게 됐다. 공수처는 감사원의 국민권익위 감사 남용 사건부터 채상병 사건에 이르기까지 국가 기강을 좌우한 사건을 지난 2년에 걸쳐 수사했다. 2년이 지나도록 핵심 피의자를 소환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두 사건에 견주어도 수백 곱절에 상당하는 폭발력을 지닌 대통령 내란범죄 사건을 또 맡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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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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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은 한마디로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는 공수처장이다. 경쟁적이지만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 중인 사건을 왜 달라고 한것인가. 능력도 되지 않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듭 확인하고 나니 남의 떡이 커보이는 그들의 욕심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략.전술은 꺼낼 것도 없다. 그들은 아무런 의지와 기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종이호랑이와 같은 그들의 무능과 무력함이 상심을 더 키운다.

윤석열의 공성전은 국민 누구나 짐작했던 현실이다. 어떠한 것을 상상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 '미치광이 전략'을 파괴할 수단은 무엇인가. 단호한 법집행 뿐이었다. 공수처 검사들은 관저로 무슨 쇼핑이나 피크닉이라도 나간 사람들 같았다. 아무런 배짱도 아무런 결기도 없이, 그럴거면 무엇하러 영장을 집행으로 갔을까. 단호한 법집행을 위한 결기없이 백스무명 남짓이 체포하러 나간들 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이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범죄 피의자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목숨 걸고, 직을 걸고, 사생결단할 때, 그 순간 체포영장 집행은 성공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싸우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는가. 공수처가 죽기 살기로 영장 집행을 할 때 경찰도 도와주고 국수본도 도와주고, 국방부 조사본부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이심전심의 이치인 것이다.

공수처는 120명이 다같이 달려가서 죽기살기로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오동운과 공수처 검사,수사관 얼굴에서 그런 각오와 결의가 피어오를 때 민주주의의 파수꾼인 시민들도 마지막 전선에서 사력을 다해 공수처를 지원할 수 있다. 체포영장 시한을 이틀 남긴 공수처가 유일하게 전진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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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 대통령 지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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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배신자는 대통령 경호처다. 경호처를 이끄는 박종준은 국수본의 출석요구에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 무신정권 시절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박종준이 일시적 승리로 도취해 있다면 단단한 착각이다.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경호처장이 언제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고 내란 수괴자의 옆을 지킬지 알고나 하는 대답인지 모르겠다. 처장이 자리를 비우는 날이 1년 후일까, 2년 후일까. 불과 수일 또는 수십일 내의 일일 것이다. 그가 경호처장에서 자리를 비우는 날은 반드시 당도하게 돼있다. 그날이 정확히 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배신자가 되는 날, 박 처장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잘 염려하기 바란다.

을지문덕에게 살수라는 청천강에서 대패하고 돌아가 결국 참수를 당한 우중문은 수나라 양제의 처가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명민했던 인물이었고 일화도 많고 수나라의 훌륭한 장수였다. 마지막에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의 기만술에 속아 운이 다했던 인물이었다. 을지문덕은 우중문에게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를 보냈다.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이다. 이 시를 전한다.

귀공의 귀신 같은 계책은 하늘의 이치를 다 꿰었고/ 신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에 통달했구나/ 전쟁에 이겨 쌓은 공이 이미 높으니/만족함을 알고 그만 돌아가는 것이 어떠하랴/

박종준은 이제 그만 만족하고 내려오기를 바란다. 박종준 뿐만 아니라 경호처 직원들도 내란 수괴를 돕는 일은 반드시 시한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확실한 사실은 그 시한이 먼날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종준은 우중문이 받아 본 편지를 몰래 꺼내어 진심으로 읽어야 한다.

오동운은 오늘 당장, 건곤일척의 명량해전에 나서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돼새겨야 한다. 장군은 울돌목 앞바다에서 부하들에게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직자에게 자기 직분을 '다하는 일'은 몹시 중요하다. '다하는 일'이란 역사에 죄를 짓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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