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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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트럼프 측과 움직이면서 만나고 있고…우리도 지금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할 텐데 못하고 있죠. 우리의 시간을 뺏기는 거죠. 트럼프를 상대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고, 레버리지도 뺏기고…"
윤석열 대통령은 버티기 중이다. 내란죄 혐의에 대한 공조수사본부의 소환도 거부하고, 체포영장 집행도 저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도 최대한 지연작전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이 이끄는 혼란한 정국은 언제 끝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그 중심 축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있다. 이제 보름 뒤부터는 변덕스러운 트럼프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칠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 2기 시대와 한국이 놓일 외교안보 상황을 분석한 책 '트럼프 청구서'를 펴낸 박형주 전 VOA(미국의소리) 기자는 '트럼프 바람'이 1기 때 보다 '더 빠르고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했다.
1기 때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큰 표차로 승리했고, 상하원 또한 여당인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의회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도 사라졌다. 1기 때보다 더 과감한 '트럼프 표' 정책들이 쏟아지고, 그 집행 속도도 전례없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정부가 4년 밖에 안 남았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중간선거 때까지 2년 싸움이라고 봅니다.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트럼프 다음을 계승할 공화당 정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2년 안에 모든 걸 보여주겠다'고 할 겁니다. 그만큼 트럼프를 상대해야 될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습니다."
박 전 기자는 그러면서 현 상황을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우리는 10m 뒤에서 뛰는 그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00m 달리기하면서 10m 뒤에서 뛰는 상황
그는 "보수든 진보든 바람막이가 없는 불확실한 상태 속에 준비할 시간도 없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대단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감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017년에도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봐야했다. 그간의 대외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행보는 전 세계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었고, 여기에 북한까지 핵과 미사일 도발에 나섰지만 우리는 대응기조 조차 정하지 못해 '한반도 4월 위기설'이 퍼지는 등 안보 불안이 극대화되기도 했다.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취임하는 2025년에도 2017년과 같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을 맞았다. 대통령이 버티기에 들어간 국내 상황도 2017년 때보다 더 혼란하지만, 대외적으로 봐도 우리 외교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더 크게 줄어들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과 인터뷰하는 박형주 전 기자. 박형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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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기자는 "트럼프 2기 동북아 정세는 예측불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거래를 시작하면 한국이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할 수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해제 후 대국민담화에서) 중국 간첩과 드론 등을 언급하면서 그러잖아도 안 좋은 대중 관계마저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미국, 일본 등과 추진했던 민주주의와 법치 기반의 이른바 '가치동맹'도 빛이 바랬다. 특히나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했던 윤 대통령이 힘을 잃으면서 한일 관계도 애매해졌다. 한미일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던 미국도 한국에 대한 신뢰를 상당부분 거둬야하는 상황이다.
尹 '중국 간첩' 거론에 한중관계 더 악화
그는 그나마 "(북한은) 일단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이지 않고 있는 점은 2017년에 비해 다행인 점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를 도와 파병한 부분은 큰 변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한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복잡하게 국제정세가 얽혀 있지만, 우리는 아직 방향도 정하지 못했다. 박 전 기자는 "상대방의 수에 맞서 우리가 수를 놓으려면 우리의 방향, 전략적 우선순위가 결정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국회에서 한 관계자가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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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일 정식 취임한다. 트럼프 2기 시작을 불과 보름 앞두고 하루 빨리 우리 외교전략을 정비해야하는 시점이지만, 전략을 세울 사령탑도, 거센 트럼프 바람을 막아설 바람막이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코리아 패싱을 하지 않더라도 결과적, 상황적으로 '코리아 패싱'이 될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한중, 한러 관계도 악화되면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든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은 저항에 가로막혀 집행이 잇따라 불발됐고, 탄핵심판도 결정까지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먼저 뛴 주자들은 저만치 앞서갈 것이고 우리는 뒤쳐지게 된다. 벌써 한참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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