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국토부, CVR 녹취록 작성 완료…"퍼즐의 기초"
랜딩기어 사고 다수…엔진 전부고장 땐 작동불능
엔진 전손 여부, 교신내용에 정황 담겼을 듯
랜딩기어 사고 다수…엔진 전부고장 땐 작동불능
엔진 전손 여부, 교신내용에 정황 담겼을 듯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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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원인규명을 위해 한미 합동조사단이 가동된 가운데 애초 기체가 정상착륙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랜딩기어 이상이나, 엔진 전체 손상 가능성 등이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블랙박스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의 녹취록 작성이 완료됐다. CVR에는 사고 순간까지 2시간 동안의 조종석 상황이 음성으로 담겨 있다. 앞서 확보된 무안공항 관제통신기록 등과 함께 당시 정황을 재구성할 중요 단서다.
지난달 29일 기체는 1차 착륙 시도 중이던 오전 8시59분 '메이데이'(비상조난신호)와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을 선언하고 다시 떠올랐다. 기체는 짧은 선회 뒤 9시1분 관제탑으로부터 반대방향 활주로 착륙허가를 받고 9시2분 착지했다. 그러나 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은 동체착륙이었고, 9시3분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했다.
CVR 녹취록에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뤄진 조종사들의 대화와 상황 판단,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녹취록을 기초로 해서 다른 자료들과 함께 퍼즐 맞추듯이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조류충돌 자체가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조류충돌은 빈발하는 흔한 사건일 뿐, 그 다음에 어떤 이상이 발생했는지가 훨씬 큰 변수라는 얘기다.
제주항공 참사 개요도. 국토교통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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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적으로는 랜딩기어 없이 단행된 동체착륙에 의문이 제기된다. 랜딩기어는 수동으로도 작동 가능하다. 진에어 소속 동종의 기체가 2016년 6월 일본 간사이공항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 자동 작동이 불가능해지자, 조종사의 수동 조작으로 안전히 착륙한 바 있다.
이는 참사 기체가 랜딩기어 고장 상태 아니었느냐는 추정으로 이어진다. 동일 기종인 보잉 B737-800의 랜딩기어 결함 사례는 상당수 알려져 있다. 당장 참사 이튿날 제주항공의 다른 B737-800이 랜딩기어 문제로 김포공항에 회항했다.
지난해 10월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2014년 4월 말레이시아항공도 각각 랜딩기어 이상 탓에 B737-800을 회항시켰다. 2023년 9월 알래스카항공의 B737-800 기체는 오렌지카운티공항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 파손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나아가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나 그 어떤 조작도 불가능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일부 동영상이나 목격담으로 기체의 1차 착륙 시도 때 랜딩기어가 내려져있었다고 알려지면서 가능성을 키운다. 접어올렸던 랜딩기어를 재착륙까지 3분간 수동 조작마저 못하게 만든 사변은 이뿐이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랜딩기어 수동 조작에는 5분 가량이 필요한데, 사고 기체는 그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메이데이 선언 뒤 복행에서의 급선회, 반대편 활주로로 급히 시도된 재착륙, 착지 뒤 작동하지 않은 역추진이나 플랩 등 감속장치 등이 엔진 전손으로 인한 전원차단 탓일 수 있다.
엔진 전손은 수동조작도 막는다. 국토부는 "엔진 두개가 다 고장나면 유압계통에 이상이 생겨 랜딩기어 작동이나 조종간 일부 유압계통 조작에 장애가 생기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선회 과정에서 관제사가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아채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고, 조종사가 동의해서 착륙이 시도됐다"던 국토부 설명을 감안하면, 조종사와 관제탑의 교신 내용에 엔진 관련 논의가 담겼을 공산이 크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에 탑승교가 연결돼 있다. 이날 아침 무안 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으로 회항했다. 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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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에 따라 기체 운용사 제주항공,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등의 책임 여부가 다뤄질 전망이다.
제주항공 참사 기체는 사고 직전 이틀간 8개 공항을 오가는 등 무리한 운항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있다. 기체당 정비인력수 업계 최소, 항공안전법 위반 과징금 업계 최고수준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결국 올해 3월까지 운항량을 1900편 감축하기로 자체 결정했다.
보잉사 자체 통계상 B737 계열 기체의 사고율이 전세계 32개 여객기종 가운데 20위 수준이다. 수치상으로 안전하다지만, 국토부는 국내에서 운용 중인 총 101대의 B737-800 기체에 대한 전수점검을 오는 10일까지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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