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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일촉즉발 분당 상가건물.. ‘방화문과 질서 있는 대피’ 참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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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층 방화문 닫혀 있어 연기·유독가스 차단
"불이야" 소리 질러 수영장 어린이 대피 도와
소방당국도 1시간 만에 불 끄며 구조 주력
큰 불에도 사망·중상자 한 명도 나오지 않아
한국일보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복합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벽면이 검게 그을려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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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상가건물인 BYC 빌딩에 큰불이 났으나,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잘 차단되면서 사망자 등의 큰 인명피해 없이 현장 수습이 완료됐다. 소방당국이 신속하게 진화에 나서면서 시민들이 질서 있게 대피한 것도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4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 4시 37분쯤 분당선 야탑역 인근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BYC 빌딩에서 발생해 1시간여 만인 오후 6시 1분쯤 모두 꺼졌다.

건물 1층 식당 주방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큰 불로 커져 건물을 집어삼킬 듯 매서운 기세로 외벽을 타고 높게 타올랐다. 수영장·병원·은행·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이 많은 건물안에는 당시 310명이 있었다. 불이 나자 건물 밖으로 뿜어져 나온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를 마주한 시민들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냐”며 공포에 떨었다.

외견상 유독가스가 번져 대형 참사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화재는 1시간만에 진압됐고 사망자와 중상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건 방화문의 역할이 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시작된 1층 상가 벽면의 경우 화재 연기에 검게 그을려 화재 연기가 많이 유입된 것을 알수 있으나, 위층인 2층 내부는 물론 3층, 4층 복도 벽면은 연기에 그을린 부분이 거의 없었다. 5층과 6층 복도 벽면도 깨끗했다. 층마다 설치된 철제 방화문이 닫혀있어 연기와 유독가스를 차단한 결과로 보인다. 방화문은 화재 시 화염과 연기가 복도 또는 피난계단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 원활한 대피를 돕는다.
한국일보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복합건축물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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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관계자는 “화재 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는 소량만 흡입해도 의식을 잃을 수 있는데다가, 연기가 통로에 퍼지면 시야를 가려 대피를 어렵게 한다”며 “이 정도 화재 규모로 봤을 때 방화문이 열려있었다면 다량의 검은 연기가 실내를 가득 채워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의 신속하고 차분한 대피행동도 빛났다. 화재 당시 건물 지하 1층에 있던 수영장 보조강사는 수영장 관계자의 “불이야” 소리에 비상계단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연기유입이 덜한 지하 5층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건물 6층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던 30대 직장인도 화재경보기가 울리자마자 동료들에게 이를 알린 뒤 다 같이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피했다. 마침 건물 옥상 비상문도 열려 있어서 시민들은 안전하게 대피할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 역시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연기가 모두 빠져나간 뒤 구조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구조장비 19대와 구급장비 28대 등 소방장비 84대와 인원 26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주력했다.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8~14개 소방서 장비 동원) 경보령을 발령할 정도로 긴박했던 이날 화재로 130여명이 연기를 흡입했는데, 이중 경상자 30명만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 인원은 240여명이고 70여명은 걸어서 건물 바깥으로 나오는 등의 방법으로 탈출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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