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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도시를 채운 예술, 예술로 바뀐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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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시와 예술 캐럴라인 캠벨 지음, 황성연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3만8000원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마지막 배경인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기억하는지. '두오모 대성당'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다. 두오모(Duomo)는 그저 도시의 대성당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 유명한 것은 누구나 알듯이 지붕 한쪽을 뒤덮은 거대한 반구형 돔 덕분이다. 피렌체 풍경을 떠올릴 때마다 위압적이고도 아름다운 대형 돔이 먼저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덜 알려진 사실이 한 가지 있으니,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 건축된 뒤 수백 년 동안 이 돔이 세워질 자리는 그냥 '거대한 빈 구멍'으로만 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구멍 폭은 무려 46m. 그 어떤 건축가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이 건물에 지붕을 씌울 수 없었다.

두오모 대성당에 '돔 지붕'을 씌울 주인공이 피렌체에 나타난 건 15세기였다. 금세공자이자 건축가였던 필리포 브루넬리스키(1377~1446)였다. 이전 건축가들과 상상력의 부피가 달랐던 브루넬리스키는 지붕에 돔을 씌우기로 결정한 뒤 바깥에서 보는 지붕 외피, 안쪽에서 보이는 지붕 내피를 이원화했다. 이렇게 하면 지붕 하중이 분산돼 붕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브루넬리스키의 훌륭한 상상력은 이 대성당을 피렌체 랜드마크로 만들었고, 그 자신의 이름까지도 역사에 새겨버렸다.

신간 '도시와 예술'은 아일랜드국립미술관장인 저자가 도시와 예술, 그리고 그 사이에 선 인간의 상관관계를 유려한 문장으로 다룬 책이다. 인간은 도시에 발을 딛고 살지만 그 도시를 예술적 상상으로 채우는 존재였음을 이 책은 증거해낸다.

우리가 예루살렘을 지금의 모습으로 기억하게 만든 또 하나의 건축물은 바로 '황금 돔 사원'이다. 이곳은 높이 25m, 지름 20m의 황금빛 반구형 돔으로 유명하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가 632년 죽자 그가 승천한 장소라고 여겨지는 지점을 보호하려 지어진 곳이다.

황금 돔 사원은 무려 1400년간 개축되고 확장됐다. 건축물은 팔각형인데, 이는 인간의 사각형과 끝이 없는 선(線)인 원(圓)을 결합한 것이다. 황금돔의 형태는 세상 어디에서도 재현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여행객들은 골고다 언덕 위에 세워진 흙빛의 예수성묘교회보다도 이 황금돔 사원을 기억한다.

10세기 초 예루살렘 출신의 이슬람 여행가 무카디시는 이 돔을 두고 "태양빛을 받으면 이 건축물은 경이로운 광경이 된다. 모든 이슬람을 통틀어 그와 비슷한 것조차 본 적이 없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유명 건물이 즐비한 도시를 여행할 때 우리는 이 도시에서 살아 움직이는 건 인간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도시 자체가 인간과 함께 살아 숨을 쉬는 유기체였음을 독자에게 말해준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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