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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AI 이기는 최고의 수련법은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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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직관의 폭발 / 이와다테 야스오 지음 / 류두진 옮김 / 웅진 지식하우스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조차 언젠가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가 갈수록 커지는 이때, 집중력을 버리고 오히려 직관(直觀)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데이터 기반의 논리적 사고는 어차피 AI를 따라 잡을 수 없고,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조성’은 집중할 때보다 오히려 ‘멍하니 아무 것도 안할 때’ 더 잘 발휘된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뇌과학 권위자이자 뇌신경외과 전문의인 이와다테 야스오는 신간 ‘직관의 폭발’을 통해 인간이 AI를 뛰어넘는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직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직관이란, 감각에만 의존하는 직감(直感)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억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스파크처럼 발생하는 창조적 사고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직관은 비과학적이라기 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과학적 사고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억은 뇌 곳곳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직관을 얻으려면 가급적 뇌의 넒은 범위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인간 뇌의 ‘분산 시스템’을 사용해 뇌를 광범위하게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뇌의 특정 부위만 사용하는, 이른바 ‘집중계’를 작동시키는 집중력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집중 강박에 빠져 있다면 뇌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뇌의 분산계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집중에서 해방돼 멍하니 있는, 이른바 ‘멍 때리기’를 할 때 분산계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멍 때리고 있을 때 우리 뇌는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편해 직관이 발휘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쉴 때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할 때 에너지 소비 차이가 5% 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그 순간에도 뇌는 무의식적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직관은 타고나기보다 평소 몇 가지의 노력으로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저자는 우선 행복의 역치를 낮춰 기쁨의 감정을 경험하면 분산계가 활성화 돼 창의적인 사고가 튀어나온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오감을 자극하는 것도 분산계가 더 많은 기억 네트워크에 연결되도록 도와준다. 특히 후각은 ‘프루스트 효과’처럼 다른 감각기관과 달리 기억 회로에 바로 연결돼 무의식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을 때마다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이 밖에도 시각, 청각, 체성 감각 등이 균형있게 뇌로 전달되는 산책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기억이 연결될 수 있다. 저자는 “그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지식과 논리는 AI에 대체되기 쉬운 능력”이라며 “논리가 아닌 직관의 힘으로, 집중이 아닌 분산의 뇌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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