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문고에 촬영팀 고발 민원
KBS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안동시 “문화유산 관리감독 더욱 철저”
KBS 드라마 촬영팀으로 보이는 이들이 지난달 30일 안동 병산서원에서 건축물 기둥에 못을 박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 민서홍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에 못질한 한국방송(KBS) 드라마 촬영팀을 상대로 수사에 나선다.
3일 경북경찰청은 이날 오전 0시2분쯤 국민신문고를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라는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발인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문화유산법)’을 근거로 제시하며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고발인은 민원을 제기하며 “KBS 드라마 촬영팀이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명백히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면서 “복구 절차가 협의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 훼손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유산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은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중 고발 내용을 확인한 뒤 안동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할 예정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파악한 뒤 관련자를 입건하는 등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심 사안이니까 (수사를)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이날 병산서원 훼손과 관련해 문화유산 원상복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안동시는 지난달 30일 민원을 접수하고 즉시 촬영팀에 촬영 소품을 철거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병산서원 관리자와 하회마을관리사무소 직원이 현장에 출동해 함께 철거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훼손 정도를 확인하고 KBS 측에 문화유산법에 따라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했다고도 했다. 안동시는 문화유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훼손 범위 및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법적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안동시는 지난 2일 KBS 드라마 촬영팀이 소품용 모형 초롱 6개를 매달기 위해 지난달 30일 병산서원 만대루 나무 기둥에 못 자국 5개를 남긴 사실을 확인했다.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로 파악됐다.
건축가인 민서홍씨도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라마 스태프들이 소품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논란이 불거진 뒤 KBS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KBS는 재발 방지 대책과 복구를 위한 절차 협의, 추가 피해를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KBS 측은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동시 관계자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유산 관리감독에 더욱 철저를 기하겠다”면서 “문화유산 훼손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 조치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으며 사적 제260호로도 지정돼 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