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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위스키 시장 '숨 고르기'…발렌타인 뺨친 발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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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앤모어 최다 판매 위스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소비위축…품질 보증된 스테디셀러 선택

경기 침체에 탄핵정국까지 악재가 겹친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은 품질이 검증된 제품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일 신세계L&B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와인앤모어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위스키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로 집계됐다.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인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발베니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버번 캐스크에서 12년을 숙성하고, 셰리 캐스크에서 출시 전 6개월간 마무리 숙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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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베니 12년 더블우드(The Balvenie Doublewood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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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2023년 와인앤모어 판매 2위를 기록한 스테디셀러로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위스키로도 유명하다. 와인앤모어 측은 "지난해 해당 제품의 물량 확보가 전년 대비 용이했던 것이 판매가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블렌디드 위스키 '산토리 가쿠빈'이 뒤를 이었다. 가쿠빈은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각진 병이 상징인 제품으로 무엇보다 국내 하이볼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가쿠빈은 하이볼에 특화된 위스키로 알려지며 음식점이나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고, 한 병 가격이 700㎖ 용량 기준 3만원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판매 상승에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65% 증가해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이 성장한 제품에 올랐다.

3위는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워커 블루라벨'이 차지했다. 조니워커 블루는 조니워커 브랜드의 최상위 제품으로 모든 병에 일련번호가 적혀있다. 병단가가 30만원가량인 조니워커 정규 제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의 상징적인 제품이다 보니 선물용 등으로 수요가 높다. 이밖에 1ℓ 제품이 1만원대 후반에 판매되는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그란츠 트리플우드'와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15년'이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위스키는 모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전통적인 인기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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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렴한 하이볼용 제품이 순위권의 상단을 차지했던 1년 전과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는 최근 확대된 국내 위스키 시장을 토대로 브랜드의 다각화가 이뤄지며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선택의 폭이 넓었다. 하지만 불경기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며 모험하기보다는 품질이 보증된 인기 상품을 찾는 방식으로 소비 양태가 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렴한 가격이나 호기심 등으로 다양하게 소비하기보다는 가격대가 다소 높더라도 확실한 제품을 선택해 소비를 집중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난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위스키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홈술 문화와 하이볼 등이 인기를 얻으며 크게 성장했지만,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지난해 연말 내란사태 등이 겹치며 소비심리가 꺾인 탓에 주춤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11월 기준 2만5017t으로 전년 동기(2만8391t) 대비 1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2억2550만달러로 전년(2억3719만달러) 대비 4.9% 줄었다.

지난해 와인앤모어 매출도 위스키 카테고리 8%를 비롯해 와인 8%, 맥주 9%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주종이 8~10%가량 역신장했다. 와인앤모어 관계자는 "2023년 인기 위스키는 가격과 상관없이 진열만 해놓으면 팔렸지만 이제는 가격할인을 동반한 프로모션이 아니면 판매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류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일본 주류는 가쿠빈을 필두로 한 위스키를 비롯해 맥주와 사케까지 모두 매출이 신장하며 약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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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고환율의 영향 등으로 소비심리가 쉽사리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익률 확보가 모든 업체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면세점 혹은 위스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며 "올해는 이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표상품의 가격 인상과 프로모션의 축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단기 조정 과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전에 없던 성장세로 인해 업계의 눈높이가 높아졌을 뿐 점진적인 성장 흐름이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로 인한 내수 소비 시장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위스키 수요층이 탄탄해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며 "업체별 편차는 있겠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에 대한 수요를 비롯해 스탠더드 위스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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