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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르포] "훈풍은 언제..." 계엄사태 한 달, 숨죽인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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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 1681건에 그쳐…한 달 새 반토막

신생아대출 완화도 무용지물…노도강·금관구 거래량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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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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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거래량은 최악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는 물론, 1년 전과 비교해도 가장 안 좋은 상황이에요. 거래가 없으니 인근 공인중개업소도 여럿 문을 닫고 있는 실정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째인 2일, 서울 강서구 마곡역 근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치적 불안감이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B중개업소 대표도 "탄핵 영향 등으로 연말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다"면서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누가 부동산 투자를 하겠느냐"고 했다.

차갑게 식은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아파트 거래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681건에 그쳐 11월(3235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거래량 정점을 찍은 7월(9216건)과 비교하면 81% 줄어든 수준이다. 거래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아있긴 해도 지난해 연중 최저였던 1월 2686건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서대문 홍제동 C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문의전화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새해에도 마찬가지"라면서 "연말·연초 거래 문의가 이렇게 없던 적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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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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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부터 맞벌이 부부 소득요건이 연 소득 2억원으로 완화된 신생아 특례대출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상품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또는 1주택 가구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주택구입자금대출이다. 연이율이 1.6~3.3%로 시중은행보다 저렴하다.

신생아 특례대출에 부합하는 가격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모두 거래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노원구는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건수가 134건에 그치며 전달(294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고, 같은 기간 구로구는 125건에서 56건으로 급감했다.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많은 강서구 역시 152건에서 71건으로, 양천구는 150건에서 93건으로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 이후에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음을 감안하면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DSR 3단계도 거래량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얹는 규제로, 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한도는 줄어든다. 3단계가 시행되면 2금융권 신용대출·기타대출도 어려워진다. 앞서 1단계는 은행권 주담대, 2단계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에만 적용돼 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심리가 꺾였다"면서 "정치적 변수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조현미 기자·한승구 수습기자 hmch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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