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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실적 반토막' K-배터리…트럼프 변수 속 '보릿고개' 넘는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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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4 서울 기후테크 컨퍼런스'에서 참관객들이 전기차 충전 로봇의 시연을 보고 있다. 2024.11.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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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를 관통하는 2024년의 키워드는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이었다. 얼리어답터들의 전기차 구매 완료, 보조금 축소, 글로벌 불황 등이 겹치며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캐즘의 영향으로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반토막났고, 일부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2025년의 화두는 '캐즘의 출구 찾기'가 될 수밖에 없다.


캐즘에 기업들 줄줄이 실적 쇼크

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의 2024년도 전기차 판매는 302만3000대 수준으로 전년비 1.7%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155만900대로 8.6% 증가할 게 유력하다. 당초 15~20% 수준의 판매 확대가 기대됐던 것을 고려할 때 수요둔화가 뚜렷하다.

전방 수요가 흔들리자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00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250억원) 대비 56.1% 감소했다. 삼성SDI의 경우 6199억원으로 50.4% 줄었고, SK온은 영업손실 7676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4분기 전망도 좋지 못하다. 수요 회복 지연으로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캐즘은 화학 기업들에게도 악재였다. 중국발 범용 제품 과잉공급 등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소재 중심의 스페셜티 전략을 폈으나, 캐즘이 발목을 잡았다. 이차전지용 양극재 사업을 하는 LG화학의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688억원으로 전년비 48.8% 줄었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분리막, 전해액, 양극박, 음극박) 사업을 앞세웠던 롯데케미칼의 경우 연간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변수'에도 반등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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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방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배터리와 소재 업계의 보릿고개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단 캐즘은 최소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기차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예정돼 있는 등 불확실성도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보조금을 축소·제한할 경우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의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반등' 전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유럽과 미국의 2025년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14.7%, 25.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의 경우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가 새해부터 평균 15% 강화되는 게 전기차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벌금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규제 자체는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축소 등 정책의 경우 법적 합의 등이 이뤄져야 하는 것을 고려할 때 2026년부터 시행될 게 유력하다. 오히려 보조금 축소 전 수요가 2025년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생산 설비가 집중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대한 지원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K-배터리는 물량 공세 + 포트폴리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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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르노 LFP 배터리 공급계약/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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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도 캐즘 극복을 위해 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북미에서만 조지아 현대차 JV(합작사),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JV, 오하이오 혼다 JV 등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 스텔란티스 JV의 조기 가동을 이미 시작했고, 헝가리 공장 증설은 마무리 단계다. SK온은 포드 JV(블루오벌SK)와 현대차 JV에서의 양산을 연내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물량 면에서 확연한 업그레이드가 예정돼 있는 것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도 본격 이뤄진다. K-배터리는 그동안 삼원계(NCM·NCA) 위주의 배터리를 판매해왔지만,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중저가 LFP(리튬·인산·철) 제품들을 본격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에 2025년부터 5년간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는 46파이 배터리에 기대를 건다. 이 배터리는 지름이 46㎜로,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 출력 모두 향상된 제품이다. 그동안 파우치형에 집중해온 SK온의 경우 최근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들과 양산 시기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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