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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세계타워] 국민이 짊어질 계엄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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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파장 어마어마… 尹수사·재판 서둘러야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거의 한 달이 됐다. 다행히 ‘두 시간 천하’로 끝났지만,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8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가 오르고, 기업의 외화 차입 비용 및 원자재 구매 부담이 커진다. 소비심리는 위축돼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내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기업심리지수(BSI)는 87.0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외국인들은 계엄 사태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3조4000억원어치 던지고 우리나라 국채 선물은 그 5배가 넘는 17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세계일보

김수미 경제부 선임기자


2시간에 걸친 비상계엄 사태가 모든 경제지표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1차 청구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은행(IB)과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내리고, 대외신인도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상계엄 전 이미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내렸다.

이미 주요 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돼 울고 싶은 상황에 뺨 정도가 아니라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곧 날아올 2차 청구서는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과 대외신인도 하락이 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수석 기고자인 윌리엄 페섹은 “윤 대통령이 만든 정치적 혼란은 현대사에서 가장 심각한 최악의 경제적 자해”라면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살인자(Killer)’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를 거부하며 국민 분열을 심화시킨다면 3차 청구서는 외환위기 때와 같은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을 혼내주기 위해 회초리처럼 휘두른 비상계엄의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중 2명이라도 먼저 임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부총리인 최 대행은 적어도 망국적 비상계엄이 초래할 어마어마한 경제적 파장을 예상했기에 비록 막지는 못했지만 반대 의견을 냈고, ‘배신자’라는 여당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임명했을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윤석열’ 대행을 하며 국민이 아닌 국민의힘만 본 결과도 반면교사가 됐을 것이다. 한 전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자마자 환율이 치솟고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이제 국회는 나머지 한 명의 헌법재판관이 임명돼 헌법재판소 9인 체제가 하루빨리 복원될 수 있도록 협의에 나서야 한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내란죄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위헌 조항을 뺀 수정안으로 신속하게 협의해야 한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공항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계속해서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수사와 재판을 서둘러야 한다. 그가 경호처를 방패 삼아 관저에 숨어서 버는 시간만큼 계엄의 비용은 불어나고, 그 대가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김수미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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