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9만원에 모든 모델 이용, 챗GPT프로 야무진 활용법
■ 경제+
월 3만원-. 치킨 두 마리 값을 아끼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괜찮은 가격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10배가 된다면? 오픈AI가 지난달 5일 내놓은 ‘챗GPT 프로’의 월 구독료는 기존 개인용 유료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플러스’(20달러)의 10배인 200달러(약 29만원)다. 그동안 챗GPT를 능숙하게 활용했던 사람이라도 선뜻 결제하기 망설여지는 금액이다. 팩플이 챗GPT 프로를 한 달간 사용해봤다. 정말 쓸만한지, 어디에 쓰면 유용한지 따져봤다. 구독하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영상 생성 AI ‘소라’ 사용법부터 200달러짜리 챗GPT 프로 100% 활용 팁까지 함께 담았다.
고급 추론 AI 모델 사용 가능
그래픽=김호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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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AI 구독 서비스 중 가장 비싼 챗GPT 프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용하기 위해선 우선 챗GPT에 가입하고, ‘챗GPT 프로’ 요금제를 결제하면 된다. 정확한 월 구독료는 부가세 포함해 220달러(약 32만원)다. 지난달 9일 공개한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모델 ‘소라’(Sora)도 챗GPT 플러스보다 더 많은 양을 쓸 수 있다. ‘고급 음성 모드’도 무제한 접근할 수 있다. 최대 강점은 ‘추론(reasoning)’ 모델인 ‘o1’(오원)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o1 pro’(오원 프로)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오원의 핵심 특징은 추론 능력이다. 기존 모델보다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쓰기 때문에 속도는 느린 대신,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 사고를 통해 보다 정확한 결론을 도출한다. 오원 프로는 이를 더 고도화한 모델이다. 논리적 능력이 필요한 수학, 과학, 코딩 분야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 오원이 대학생 새내기 수준이라면, 오원 프로는 조금 더 공부한 대학원생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김영옥 기자 |
과연 얼마나 실력이 있을까.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꼽혔던 수학 22번 문제(그래픽 참조)를 GPT-4o, 오원, 오원 프로 모델에 각각 풀어보게 시켰다. 정답률 1.5%였던 고난도 문제다. 세 모델 다 프롬프트 창에 이미지 형태로 수능 문제를 업로드하고, ‘이미지 속 문제를 풀어 줘’라고 텍스트를 입력했다. GPT-4o는 바로 속도를 냈으나 틀린 풀이와 함께 엉터리 답을 도출했다. 오원도 1분26초 후 틀린 풀이와 오답(17591/40)을 냈다. 오원 프로만이 11분52초 후 정확한 풀이와 함께 정답(483)을 내놨다. 다만 한국어 문제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다. 고난도 문제로 꼽힌 2022년도 수능 국어 8번은 오원도, 오원 프로도 풀지 못했다.
연구자가 논문을 쓸 때 논지, 개요,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오원 프로는 다른 모델보다 유용하다. 초안을 쓸 때 문법 등을 고치고 논지를 명료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오원 프로로는 실시간 웹검색은 되지 않는다. 미리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오원 프로에 입력한 뒤 논문 작성 과정에 활용하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박사 수준 과학 문제를 기준으로 하는 벤치마크 ‘GPQA 다이아몬드’에서 오원은 67점(만점 100점), 오원 프로는 74점을 받았다. 까다로운 코딩 작업에도 쓸 수 있다. 길고 읽기 어려웠던 레거시 코드(기술적으로 오래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어진 코드)를 효율적인 코드로 리팩토링(기능은 유지한 채 코드의 구조 개선)하기도 용이하다. AI의 코딩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인 코드포스에서 오원은 64점, 오원 프로는 75점을 얻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모델 쓰기
밥을 먹을 때 삽을 쓸 수 없고, 땅을 팔 때 숟가락을 써선 곤란하다. 모든 모델을 골라 쓸 수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맞는 모델을 쓰는 게 현명하다. 간단하고 빠르게 답변을 받고 싶을 때는 GPT-4o나 오원 미니가 유용하다. 오원과 오원 프로는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논리적 문제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답이 필요할 때, 복잡한 코딩 문제의 답을 찾고 싶을 때 쓰는 게 좋다. 오원 프로는 수 분 이상 ‘장고의 시간’을 갖는 경우도 많기에 단순한 질문, 혹은 번역에는 적합하지 않다.
똑똑한 오원 프로지만 ‘전문가의 지식’을 묻지 말아야 한다. 법률·의료 등 전문지식은 추론 모델의 영역이 아니다. ‘신용정보를 국외에서 처리하면 무슨 절차를 거쳐야 하냐’는 매우 구체적인 법적 절차에 대해 질문하자 존재하지 않는 법령을 근거로 답했다. 할루시네이션(환각·AI의 헛소리)이 발생한 것이다. GPT-4o를 통해 AI 검색 서비스인 ‘서치 GPT’를 사용하고, 출처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좋다.
챗GPT 프로에는 개인 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는 넣지 말아야 한다. 모델 학습에 사용자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모델 학습에 쓰지 않겠다고 명시한 기업용 요금제인 챗GPT 팀이나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다른 점이다.
프로 모델, 전문 개발자·전문가에 적합
챗GPT 프로의 진가는 동영상 생성 AI 소라에서 나온다.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가 텍스트로 프롬프트(명령어)를 넣으면 그림을 그려주는 AI라면, 소라는 텍스트를 넣으면 동영상을 만들어준다. 별도 웹페이지인 소라닷컴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챗GPT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되는데, 챗GPT 플러스와 챗GPT 프로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다.
김지윤 기자 |
소라로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도 만들 수 있다. 챗GPT 프로 기준으로 우선 누아르 영화, 스톱모션, 카드보드 등 다양한 영상 스타일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영상 비율도 16:9, 1:1, 9:16으로 선택 가능하다. 해상도는 480p·720p·1080p 3종으로, 영상 길이는 5·10·15·20초 4종으로 생성 가능하다. 한 번에 생성할 수 있는 비디오 수는 1·2·4개 중에 고를 수 있다.
영상 길이, 해상도, 한 번에 생성할 영상 수에 따라 소모되는 크레딧이 다르다. 크레딧은 영상 생성에 쓸 수 있는 일종의 화폐다. 예컨대 16:9, 480p, 5초, 2개 영상 생성 조건으로 설정하면 50크레딧만 소모되지만, 16:9, 1080p, 10초, 1개 영상 생성 조건으로 설정하면 600크레딧이 든다. 챗GPT 프로는 크레딧을 1만 개, 챗GPT 플러스는 1000개 준다. 딥페이크(조작 영상) 방지를 위해 실제 인물, 특히 정치적 인물에 대한 영상 생성은 할 수 없다. 로한 사하이 오픈AI 엔지니어링 담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같은 주요 정치인이나 공적 인물은 생성이 차단된다”며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완벽한 영상을 만들지는 못한다. 손가락이 6개 나오던 이미지 AI처럼, 동영상 AI도 현실과 다른 모습을 구현하기도 한다. 프롬프트를 멀쩡히 만들었어도 팔이 3개 달린 토끼나, 고양이가 한 마리였다 두 마리로 쪼개지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써야 할까. 챗GPT 프로는 매일 수 시간 넘게 챗GPT를 써야 하는 개발자나 연구자, 또는 다수의 영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하다. 일상적인 업무나 학업에서 쓰는 학생, 직장인은 챗GPT 플러스면 충분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대부분의 사람은 챗GPT 무료 서비스나 플러스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며 “다만 소수 사용자는 챗GPT를 정말 많이 사용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므로 이런 사람들에게는 월 200달러짜리(프로)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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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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