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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콘크리트 둔덕' 문제되니 활주로 끝 안전 거리 논란…"규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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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90m가 최소 의무 기준이라 무안공항 문제 없다"

'장애물까지 구역 연장해야' 한다는 규정有…"대책 마련이 더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홍규빈 기자 =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부상한 콘크리트 둔덕 위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위치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언급한 종단 안전 구역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가 종단 안전 구역 외에 위치해 항공기에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 소재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내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규정에서는 로컬라이저까지 종단 안전 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의 종단 안전 구역 포함 여부에 상관없이 이번 참사로 공항 내 장애물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규정 개정 등 후속 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무너진 로컬라이저와 사고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무안 공항의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국토부는 '무안 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해 로컬라이저의 위치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 제23조 제3항은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는 종단 안전 구역 내 있는 경우만 적용된다"며 "무안 공항 로컬라이저 등 종단 안전 구역 외 설치된 장비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단 안전 구역이란 비행기가 활주로 앞쪽에 착륙하거나 종단(맨 끝)을 지나쳐 오버런하는 경우 장애물과의 충돌로 항공기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착륙대(활주로를 감싸고 있는 최소 60m의 포장도로)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이 종단 안전 구역은 공항마다 거리가 다른데 사고가 난 무안 공항은 199m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활주로 끝에서 260m 정도에 위치한 로컬라이저는 착륙대(60m)와 종단 안전 구역 거리를 합한 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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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국토교통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오른쪽)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 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2024.12.31 scoop@yna.co.kr


국토부는 종단 안전 구역 거리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자 이날 브리핑에서 "(종단 안전 구역은) 국제기준 등에서는 90m가 최소, 의무 기준이며 권고 기준은 240m"라고 밝혔다.

또 국내 공항에는 종단 안전 구역이 사천이나 경주, 무안처럼 240m가 안 되는 공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포항·경주 공항은 92m, 사천공항은 122m, 울산공항은 200m, 제주항공은 240m의 종단 안전 구역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토부의 주장에도 국내 일부 규정에서 종단 안전 구역 거리를 로컬라이저 등 방해물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 '공항·비행장시설 설계 세부 지침' 제18조는 정밀 접근 활주로에서 계기착륙장치(ILS)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 되고,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21조 4항도 정밀 접근 활주로의 경우에는 방위각제공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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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사고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 등 항공 시설물로 이번 피해가 커진 것이 자명한 만큼 책임 소재 따지기에 앞서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지금 규정상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그건 과거 사고가 안 났을 시절의 얘기"라며 "사고가 났으니 규정을 개선해야 하고 당사국으로서 선제적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항 관련 규정은 항상 사건·사고가 나면 바뀐다. 현행 규정들도 과거 났던 사고에 의해 바뀐 결과"라면서 "이제라도 (문제점을) 알았으니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준을 (갑자기) 바꾸면 조건에 맞지 않는 무안 등 공항은 폐쇄해야 할 수도 있으니 (적용 시기를) 3년 뒤로 한다든지 한시 조건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종단 안전 구역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면서 전반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황 교수는 "(종단 안전 구역을) 100m, 200m 늘여봤자 큰 효과가 있진 않다"면서 "이번 사고처럼 항공기가 빨리 달리면 몇백미터 늘어났다고 해서 (제동) 효과가 크게 있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단 잘못 설치한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EMAS·항공기 제동을 위해 활주로 끝에 설치하는 패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종단 안전 구역이) 짧은 공항은 이마스를 통해 마찰을 크게 해서 항공기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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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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