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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오타니도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역사적 이도류 갈림길, 팔꿈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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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투·타 겸업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속에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시작부터 시련을 맞이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적응할 때쯤 팔꿈치에 탈이 났다. 수술이 필요했다. 2018년 10경기에 등판한 뒤 투수로서는 잠시 쉼표를 찍었다.

현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비등했다. “역시 투·타 겸업은 어렵다”, “인간 한계의 실험”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오타니도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다행히 팔꿈치 수술 후에도 타격은 계속 할 수 있었지만, 투수로 뛰지 못하며 투·타 겸업 회의론은 계속됐다. 미국은 물론 일본의 야구 원로들도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할 정도였다.

팔꿈치 재활을 마친 오타니는 코로나19로 시즌이 단축된 2020년 2경기에 나갔으나 제구 이슈를 드러내며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를 악문 오타니는 현대야구에서도 투·타 겸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예열을 마친 오타니는 2021년 투수로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30⅓이닝을 던지며 9승2패 평균자책점 3.18의 화려한 성적으로 회의론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 타이틀도 따라왔다.

2022년 투수 성적은 더 좋아졌다. 타격 성적이 2021년에 비해 다소 하락했지만, 투수 성적이 좋아지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오타니는 2022년 28경기에서 166이닝을 소화하며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대활약했다. 첫 규정이닝 소화였다. 야수로도 157경기에 나가 34개의 홈런과 95타점을 기록했으니 마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일을 현실로 옮겨놓은 것이다. 오타니는 2022년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아메리칸리그 4위에 올랐다.

투수로는 사이영 후보, 야수로는 홈런왕 후보라는 역사적인 선수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투·타 겸업은 다시 멈췄다. 오타니는 2023년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으나 2023년 시즌 막판 팔꿈치에 다시 통증을 느꼈다.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이 있었고 결국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이었다. 수술 사이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불안한 요소다.

오타니는 2024년 LA 다저스로 이적했고, 1년간 타자로 맹활약함은 물론 투수로는 꾸준히 재활하며 2025년 등판을 향해 나아갔다. 타격에만 전념하는 ‘괴물’의 활약상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 동시 달성이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웠다. 투수로도 순조롭게 재활을 했다. 시즌 막판에는 불펜 피칭까지 소화하며 ‘포스트시즌 등판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부풀게 하기도 했다.

이제 오타니는 2025년 다시 투·타 겸업 시작에 나선다. 현재 일정상 개막전 등판은 다소 어려울 수 있어도, 4월 내 마운드 복귀에는 큰 이상이 없는 수준이다. 시즌 막판까지 재활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오타니는 현재 휴식기를 가지고 있고, 1월부터 다시 본격적인 예열을 시작할 전망이다. 스프링트레이닝을 정상적으로 보낸다면 4월 내 복귀가 현실화된다. 수술 없이 일반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투수들보다 살짝 늦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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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을 던지게 된 만큼 오타니의 각오도 남다르다. 오타니는 2024년 ‘타격만으로도 10년 7억 달러의 대형 계약을 회수할 수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 타격 성적만으로도 연봉 7000만 달러의 몸값을 해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진가는 누가 뭐래도 투·타 겸업에 있고, 오타니 또한 이것이 평생의 꿈이자 지켜야 할 가치인 만큼 물러설 수 없는 대목이다.

‘닛칸스포츠’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지난 29일 일본 공영 방송인 NHK에서 방영된 오타니 특집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나섰다. 오타니는 이 프로그램에서 2024년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동시에 2025년 각오를 밝혔다. 관심을 모은 것은 투·타 겸업이었는데, 오타니는 한 번 더 수술대에 오른다면 투수로서의 경력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두 번째 수술 이후에도 비슷한 논조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 토미존 서저리를 세 번이나 받고 정상적인 공을 던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오타니는 수술 사이의 기간도 짧다.

오타니는 NHK와 인터뷰에서 “나도 베테랑이 됐고, 만약 수술을 한 번 더 해 다시 1년 반 동안 재활을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다”면서 “그렇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느낌이 든다”고 현실적인 고민과 의욕을 동시에 드러냈다. 스스로도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힘이 닿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던져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소속팀 LA 다저스도 오타니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관리할 예정이다. 오타니가 되도록 오랜 기간 공을 던지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이영상 후보로 떠올랐던 2022년 성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로테이션에서 꾸준히 등판을 소화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팀 마운드에 엄청난 효과를 준다. 언젠가는 타격에 전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오타니는 아직 만 30세다. 팔꿈치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A급 투수’로 몇 년을 더 활약할 수 있다.

그래서 다저스는 오타니의 오버 페이스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올해 막판 포스트시즌 등판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나서 “그럴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꼭 4월 내 복귀를 상정하는 것도 아니다. 상태에 따라 그 시점을 더 뒤로 늦출 수도 있다. 1~2달 조기 복귀에 욕심을 내다 투수 수명이 짧아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브랜든 고메스 LA 다저스 단장은 “오타니가 시즌 후반에 정점에 도달하게 하고 싶다. 그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구상을 드러냈다. 2025년 시즌 중반까지는 무리를 시키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차피 포스트시즌 진출이야 유력한 만큼 오타니가 가울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다저스 선발진도 비교적 풍족하다. 당장 오타니가 엄청난 짐을 짊고 가지 않아도 된다. 이반 오프시즌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좌완 블레이크 스넬을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했다. 일단 스넬과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나우로 이어지는 스리펀치가 확실하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그리고 일본에서 주 1회 등판이 익숙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돕기 위해 6인 로테이션을 돌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

에밋 쉬헌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 더스틴 메이나 토니 곤솔린처럼 부상을 털고 돌아올 선수들이 있어 선발 투수의 자원은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클레이튼 커쇼가 결국 다저스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최근에는 사사키 로키와도 협상을 시작하는 등 선발 로테이션 보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타니가 복귀를 서두를 필요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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