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에게 "어떻게 된 건가요" 되묻기도
'조류 충돌'로 굳어지는 참사 원인
29일 181명이 탑승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한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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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의 생존자는 객실 승무원 단 2명이다. 이들은 끔찍했던 사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태지만 구조대에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된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제주항공 승무원 중 한 명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는 목격담을 구조대원에게 남겼다. 국토교통부와 전문가들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하는 조류 충돌을 생존 승무원도 지목한 것이다.
불에 타지 않은 여객기 꼬리 쪽에 있었던 승무원 권모(25·여)씨는 구조 직후 전남 목포중앙병원, 이모(33)씨는 목포한국병원으로 각각 이송됐다. 두 명 모두 병원 도착 직후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어디가 아프냐"는 의사 질문에 "어떻게 된 일인가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끔찍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구조된 승무원이 소방대원들에 의해 목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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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중앙병원 응급실 부근에서는 권씨가 검정색 패딩을 입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습도 보였다.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씨는 머리와 발목, 복부 등이 아프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디가 아픈지 등을 말했고 혈압도 정상이었는데 머리 오른쪽에서 피가 많이 흘러 혈관에 손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깔려서 그런지 오른쪽 발목이 부어 있었다"고 전했다.
목포한국병원 등에 따르면 여객기 후미에서 승객 서비스를 맡았던 이씨는 왼쪽 어깨와 머리 등을 다쳤으나 의식은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상이 있었지만 맥박이 정상이고 보행도 가능한 상태였다. 다만 큰 충격을 받아 참사 상황을 기억하지는 못했다.
이씨는 이날 낮 12시 50분쯤 목포중앙병원을 떠나 오후 4시 15분쯤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를 이송한 구급대원은 취재진에게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오면서 대화도 나눴다"고 했다.
이대서울병원에서는 흉추와 견갑골, 늑골 등 골절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곧 뇌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주웅 병원장은 "트라우마 등을 감안해 자세히 묻지 않았는데 본인이 '깨어 보니 구조돼 있었다'고 말했다"며 "중환자실에서 최소 2주 정도 관찰이 필요하고, 기억상실증 등은 판단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권씨도 오후 3시 50분쯤 목포한국병원을 출발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로의 전원은 생존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목포=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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