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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투데이 窓]위기 속에 고귀한 것을 만들 새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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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머니투데이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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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연구·개발)예산 삭감에 따른 기술혁신 중단 위기, 초기기업 투자 보릿고개 심화, 중국 직구 앱(애플리케이션)의 습격과 티메프 사태로 촉발된 이커머스 규제, 더 깐깐해진 IPO(기업공개) 심사, 신산업과 직역단체의 갈등. 벤처·스타트업업계가 뽑은 2024년 이슈 중 '톱10'에 오른 내용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업계 전문가 및 AI(인공지능)데이터 분석,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2024년 벤처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이 중 7개가 벤처·스타트업에 부정적인 이슈였다.

연말에는 창업자에 대한 투자사의 과도한 연대보증 논란이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해당 창업자는 투자 원금과 연 15% 이자에 대한 반환요구 소송을 당했고 자택도 가압류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계약 과정에서 창업자의 36%가 '연대책임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한 투자계약 및 관행을 경험한 사례도 다수 나왔다. 창업자들은 과도한 이자율, 퇴사금지 조항 등 직업 선택의 자유 박탈, 투자금 회수에 대한 지속적인 협박과 인신공격 등 부당한 관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창업자 및 투자자 10명 중 6명은 투자시장이 전년 대비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이들 대부분은 내년에도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더 부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따른 국회 마비로 스타트업을 옥죄는 규제를 개선할 주요 정책 및 법안이 전부 멈춰선 상태다. 이를테면 정부는 2027년까지 AI분야에서 미국, 중국에 이은 세 번째 선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AI기본법)은 정치적 이슈로 국회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BCG의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AI 기술 성숙도와 잠재력 수준에서 2군으로 분류됐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벤처·스타트업업계가 우울한 얘기들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해지면서 내년에도 실물경기와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환율을 기록하는가 하면 정부조차 내년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 등 통상정책을 밀어붙이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스타트업들의 경우 상당수가 주력으로 삼는 K컬처 기반 사업들은 국가브랜드가 중요한데 지금의 불확실성 상황에선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보다는 안전한 투자처로 자금이 많이 이동했다"며 "내년은 금융투자 생태계의 최약체인 비상장기업에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뜻해야 할 연말에 혼란이 가득하다. 하지만 어려운 위기상황에서도 꿈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답고 고귀한 무언가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을 떠올려본다. 제 할 일을 해나가면서 착실하게 성장하는 이들, 흑자전환으로 희망찬 소식을 알리는 스타트업도 적지 않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무한히 작은 현재뿐이다. 바로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이 영위된다. 따라서 인간은 모든 정신력을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약 15년에 걸쳐 300명에 가까운 사상가, 철학자, 종교 등의 사색과 통찰이 깃든 말과 글을 자신의 글과 함께 일기 형식으로 구성한 '인생독본'이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위기 속에서도 과거의 교훈에서 배우고 우리에게 주어진 오직 무한한 작은 현재를 겸손한 자세로 충실히 살아가며 조직과 개인 모두가 아름답고 고귀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새해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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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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