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1 (수)

기업 54% “올해보다 실적 악화”···잘나가던 반도체·車도 초비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5년 경영환경 전망

정치적 불확실성이 최대 악재로

비관적 전망 작년보다 20% 늘어

기업심리지수도 코로나이후 최악

삼성전자 내년 영업익 16% 하향

LG엔솔·SK온 등 비상경영 선언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절반이 내년 경영 환경과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 탄핵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가 맞물리며 국내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내수 침체 장기화 등이 겹악재로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 심리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가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경제·경영환경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5%가 내년 경영 환경이 “2024년에 비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0.7%의 기업만이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의 경영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한 응답(42.5%)까지 더하면 96%에 달하는 기업들이 내년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배경에는 정치부터 거시경제 여건까지 고도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내년 기업 환경 악화를 전망한 기업들은 위기 요인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35.2%) △내수 경기 침체 가속화(20.4%)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18.5%) △환율 급등락에 따른 헤지 리스크(16.6%)를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3.7%)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1.9%)도 기업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응답 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며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 기업의 48.4%는 내년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수준이거나 5%가량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수준이거나 5%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7.6%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역성장 폭이 15%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도 3% 있었다. 내년도 영업이익의 평균 전망치는 ?0.57%였다. 국내 정치 불안이 장기화하고 있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재무 리스크까지 확대되는 만큼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경영 심리 위축은 제조업·비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업(-2.50), 운수 및 창고업(-0.83), 제조업(-0.74%) 등 대부분 업종의 전망이 어두웠으며 건설업만 금리 인하에 따른 재무 부담이 줄어들며 2.5%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업황에 대한 심리 판단을 보여주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4.5포인트 낮은 87.0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첫해인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CBSI는 3.7%포인트 하락했으며 비제조업 역시 5%포인트 떨어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당장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부터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기본 예측 대비 각각 4.8%, 16.5% 내린 34조 1000억 원, 36조 1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전망치도 7조 7742억 원으로 10~11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에 비해 4.2%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건설 중이거나 증설이 예정된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하며 위기 경영을 선언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둔 데다 고환율에 따라 배터리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경영진은 내부 메시지를 통해 “내년 매출 및 가동률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비 증가로 인한 부담도 높아 당분간 의미 있는 수익 창출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여러 비용 항목에 걸쳐 단기적 비용 절감 활동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온도 7월 조 단위의 누적 적자를 타개하겠다는 목표로 비상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썼던 자동차 업계에서도 ‘피크아웃(정점 이른 후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대내외 경기 부진 속에 북미 등 주요 수출 시장의 재고 증가에 따라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도 부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경제에서만큼은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등 적극적인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