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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예잇수다]임영웅의 사과, 팬들의 지지 속 대중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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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이미지와 팬심 사이…임영웅이 풀어야 할 숙제들

가수 임영웅이 DM 논란 이후 21일 만에 입장을 밝혔다.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RE:CITAL)’ 첫 공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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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영웅. [사진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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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콘서트 오프닝 후 첫 멘트 시간에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다.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 기쁨을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날 논란을 둘러싼 임영웅의 입장 표명 여부가 관심을 끈 가운데, 무대 위에서 직접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그의 발언을 놓고 팬들과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해당 논란은 지난 7일, 임영웅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견 생일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시작됐다. 당시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가 여의도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 임영웅의 게시물은 경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은 한 누리꾼이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나눈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공개하며 확산됐다. 해당 누리꾼은 “이 시국에 뭐하냐”며 임영웅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뭐요”라고 응수했다. 이후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는 답변이 이어지며 논란은 확대됐다.

DM 캡처본이 공개된 뒤 임영웅과 소속사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그의 태도를 비판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팟빵매불쇼’에서 임영웅의 DM 논란을 두고 "시민적 기초 소양이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발언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자기는 빠져나가는 방관적 태도를 취한다면 어렵게 현재까지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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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며 춤을 추고 있다.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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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의 정면 돌파, 팬들의 지지와 대중의 아쉬움
임영웅의 사과는 콘서트 도중, 약 2만 명의 팬들 앞에서 이뤄졌다. 현장에 있던 팬들은 박수로 그를 격려하며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논란이 된 DM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대중의 반응은 다소 형식적 사과였다는 아쉬운 반응으로 이어졌다.

특히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라는 발언은 논란 당시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는 답변과 맞물려 일부 대중에게는 기 싸움을 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공식 계정이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아닌, 팬들만 모인 콘서트에서 입장을 표명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정치적 입장을 밝힐 의무는 없지만,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서 민감한 시국에 신중했어야 했다"며 "사과가 팬들 앞에 한정된 채로 이뤄진 것은 대중과의 소통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DM 논란 후 일부 팬들의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콘서트 티켓팅을 도왔던 자녀 세대 일부는 '티켓팅 파업'을 선언, 더 이상 부모의 임영웅 '덕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수의 이탈과 불매는 당장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의 대중적 기반에 금이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임영웅은 ‘효도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팬들의 자녀 세대까지 치열한 콘서트 티켓팅 경쟁에 참여시킬 만큼 강력한 중장년층 팬덤을 구축해왔다. 자연스럽게 전 세대가 관심 갖는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사이 기부와 선행, 그리고 콘서트 리허설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에 지역 주민들에게 과일을 돌린 일화를 비롯한 무수한 미담은 그의 대중적 호감과 긍정적 이미지를 쌓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선한 영향력으로 대표되던 그의 지위와 명성, 무엇보다 강력했던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하며 팬덤과 대중 간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아티스트의 발언 문제를 넘어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가 팬덤과 대중의 경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편집자주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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