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24] 경찰 "허술한 객실 전선이 화인"
호텔 관계자들은 대체로 '혐의부인'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유가족들이 9일 부천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 추모제를 개최했다. 2024.10.9/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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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2024년 여름 경기 부천시는 애도의 물결로 뒤덮였다. '인재'로 시작한 호텔 화재로 사상자 19명이 나온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참사'가 빚어지면서다.
사망자 중에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예비 신혼부부와 젊은 20대 남녀 등이 속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족과 시민들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호텔 영업 지장'이 뭐길래…안전불감증이 '화인(火因)'
2004년 10월 사용승인이 떨어진 호텔은 지난 2017년 5월 현 건물 소유주인 60대 A 씨의 손에 넘어왔다.
A 씨는 '절세' 등을 목적으로 건물을 인수하고 1년 뒤쯤 호텔 편의시설 개선을 위해 모든 객실 내 에어컨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전기설비기술기준 등에서는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다. 다만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연결할 경우 슬리브 등과의 안전장치를 필수로 설치해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새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이 짧아 작업에 어려움이 생기자, 기존 전선의 피복을 벗기고 안전장치 없이 절연 테이프로만 전선을 연장하는 허술한 방식으로 작업을 강행했다. 전선을 통으로 교체하게 되면 공사 난도가 올라가 호텔 영업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한 탓이다.
또 A 씨는 통상 주거·숙박시설에서 출입문이 방화문으로 역할 하게끔 도와주는 '도어클로저'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어클로저는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혀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의 흐름을 막아주면서 화재 확대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다.
다만 A 씨는 자주 객실을 드나드는 청소 직원들의 업무 편의를 생각해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화재는 무리하게 연결된 에어컨 전선에서 과도한 저항이 발생하면서 시작됐고, 이를 목격한 투숙객이 방을 교체하기 위해 열었던 출입문을 통해 공기가 유입되면서 불과 연기는 불과 '83초' 만에 1개 층을 뒤덮을 정도로 삽시간에 확대됐다.
폐쇄회로(CC)TV에 담긴 부천 호텔 화재 상황(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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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중지된 화재경보기…왜?
810호에 설치됐던 화재경보기는 즉시 인근 투숙객과 종업원에게 불을 알렸다. 다만 1층에서 손님 안내를 돕고 있었던 호텔 매니저 30대 여성 B 씨가 화재경보기를 잠재운 것으로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B 씨는 곧 화재경보기가 울렸던 8층으로 올라갔지만, 이미 복도에선 자욱한 연기가 눈에 들어오고 있던 상태였다.
B 씨는 급하게 1층으로 몸을 옮겨 중지된 화재경보기를 다시 작동시켰지만, 그의 화재경보기 임의 작동으로 대피 시간이 약 2분 24초 지연되면서 8층과 9층 객실 안까지 연기가 흘러 들어가 투숙객들은 정상 호흡을 할 수 없던 상황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 씨가 화재경보기를 임의 작동한 행위는 투숙객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투숙객 20대 C 씨는 화재에서 대피할 수 없는 것을 직감하고, 가족에게 "엄마, 아빠, 동생 모두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또 엄마에게 "내 몫까지 잘 살아 달라"는 통화를 남긴 젊은 여성 투숙객 D 씨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외 결혼을 앞둔 투숙객 남녀 2명도 화재로 참변을 당한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이 애도를 표했다.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유가족들이 10월 9일 부천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 추모제를 개최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9분께 시작된 호텔 화재는 내국인 투숙객 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24.10.9/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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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로 남겨진 화재…호텔 관계자들은 '혐의 부인'
호텔 소유주 A 씨와 매니저 B 씨, 운영자 40대 남·여 등 관계자 총 4명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상태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이달 중순 처음 열린 공개 재판에서 이들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3년 전 호텔 운영에서 손을 뗐다"고 했고, B 씨 등 3명 변호인 측은 "화재경보기를 끄기로 공모하지는 않았고, 객실 출입문은 항상 닫힌 채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하순쯤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호텔 유가족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송모 씨는 "왜 혐의를 부인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과 함께 "일단 현재로는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수 없음에 답답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화재는 지난 8월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유족들의 장례 절차는 지난 10월9일 거행된 49재를 통해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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