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군무원 살해·대리입영'…충격적 '군 범죄'로 얼룩진 강원

[결산 2024] 강력 사건·사고 잇따르며 국민적 공분

춘천지법 재판 진행 중…내년 초 재판부 판단 내려질 예정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마련된 지난달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의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고인의 부모가 추모를 마친 시민을 안아주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올 한해 강원지역에서는 군인 관련 강력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도내 한 육군 신병교육대에서는 규정을 어긴 ‘군기 훈련(얼차려)’으로 훈련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또 다른 신병교육대에서는 병무청을 속여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리 입영’한 20대가 군생활을 하다 적발되면서 사상 첫 대리 입영 문제가 불거졌다.

또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화천 북한강에 유기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종재 기자

규정 어긴 ‘얼차려’로 숨진 훈련병…중대장‧부중대장은 서로 책임 전가

지난 5월 도내 한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훈련병 사망사건’ 전말은 이렇다.

사건 발생 당일인 5월23일 오전 부중대장 A 씨는 중대장 B 씨에게 구두보고 후 승인을 받아 군기 훈련을 지시했다. 해당 군기 훈련은 전날 취침 점호 이후 훈련병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실시됐다.

그러나 군기 훈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실시 전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실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함에도 A·B 씨는 당시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부중대장 A 씨는 사건 당일인 5월 23일 오후 4시 26분쯤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빈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완전군장을 하도록 하고 총기를 휴대한 채 연병장을 2바퀴 보행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 B 씨는 완전군장 상태의 훈련병들에게 연병장 1바퀴를 선착순 뜀걸음으로 돌게 한 데다,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3바퀴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5시 11분쯤 박 훈련병이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A·B 씨는 박 훈련병의 열사병 위급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신속한 응급처치도 취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쓰러진 박 훈련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끝내 숨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대장‧부중대장에게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중대장에게는 징역 10년을, 부중대장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병역판정검사(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뉴스1 DB

“월급 반반 나누자”…사상 첫 대리 입영 사례 적발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대리 입영’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 7월 조모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20대 초반 최모 씨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병무청 공무원들을 속이고, 최 씨 행세를 하며 입영 판정 검사를 받은 뒤 같은 달 16일 화천의 한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입소 과정에서 입영 대상자의 신분증을 통한 신원 확인 절차가 이뤄졌으나, 당시 군 당국은 입영자가 바뀐 사실을 알아차리진 못했다.

조 씨는 입대 후 최 씨 명의로 8~9월 병사 급여 총 164만원을 받았다. 그러다 돌연 최 씨가 병무청에 “두렵다”며 자수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조사 결과 조 씨는 대신 입대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군에서 지급받은 급여를 A 씨와 나눠 사용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병무청은 이 사건 이후 대리 입영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나, 유사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병무청은 대리 입영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안면 생체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13일 강원경찰청이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현역 군 장교 양광준(38)의 신상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신상 공개는 강원경찰 역사상 처음이다. 현직 군 간부(장교)의 피의자 신상 공개도 이번이 최초다. (강원경찰청 제공) 2024.11.13/뉴스1 ⓒ News1 이종재 기자

“내연관계 들킬까 봐” 여군무원 살해한 육군 장교…화천 북한강에 시신 유기

지난 10월 말에는 함께 근무하는 여군무원 C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11월2일 오후 ‘화천대교 인근에 다리로 보이는 시신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한 고등학생의 다급한 112신고가 접수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살인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11월 2~4일 사흘간 정밀 수색을 벌인 끝에 사체가 담긴 비닐 자루 10여 개를 모두 발견했다. 비닐 자루에는 훼손된 시신이 떠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돌덩이도 담겨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물과 신체 일부에 대한 지문 감식 및 DNA 감정 등을 통해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고, 탐문 등을 통해 유력 용의자도 특정했다.

용의자는 중령 진급 예정자인 양광준. 경찰은 11월 3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거리를 배회 중인 양광준을 검거한 뒤 같은달 13일 얼굴·이름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0월 25일 오후 3시쯤 양 씨는 C 씨와의 교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목 졸라 살해했고, 이튿날 오후 그 사망 사실을 숨기려고 시신을 절단해 북한강 일대에 은닉했다.

양 씨는 결혼해 자녀도 있는 반면, A 씨는 미혼이었다.

양 씨는 검거 당시엔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우발 범행'을 주장했으나, 마지막 경찰조사에선 "죽일 마음이 있었다"며 '계획 범행'이었음을 인정했다.

춘천지법 전경./뉴스1

이들 3개의 사건은 모두 춘천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훈련병 사망 사건은 내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대리입영 사건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광준에 대한 재판부 판단도 내년 초쯤 내려질 예정이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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