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철강 수입관세 인상 절차 착수
현지 진출 삼성·LG·현대차 대응 고심
관세부과 시 생산원가 부담 상승 우려
“인도산 철강 품질 낮아 대체 부적절”
인도 노이다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 직원들이 에어컨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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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도 정부가 자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절차에 착수하면서 현지 한국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산 철강을 수입하고 있는 현지 우리 기업들은 관세 인상 시 당장 생산원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산 고품질 철강 조달이 어려워지면 현지에서 프리미엄 가전·자동차 등의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safeguard duty)’ 부과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세이프가드는 외국산 수입 물량 급증으로 자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될 때 수입 물량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를 가리킨다.
이번 조치는 인도 철강업체를 대변하는 인도철강협회가 ‘비합금 및 합금강 평판 제품’ 수입에 관한 조사 개시 청원을 한 후 이뤄졌다. 인도철강협회는 “최근 철강 수입량이 급증해 인도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청원서에서 주장했다.
인도 펀자브주 만디 고빈드가르에 위치한 한 철강공장 모습.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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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값싼 중국산 철강 유입이 급증하면서 자국 철강산업이 타격을 받자 인도 당국이 세이프가드 관세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중국산 철강 수입은 2024회계연도 8개월 동안(2024년 4~1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인도의 소규모 철강 공장은 가동을 축소하고 일자리 감축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중국산 철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일본 등 외국산 철강 전반에 대한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인도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은 한국산 철강을 수입해 가전, 자동차 등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현재 인도 당국에서 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철강 수입량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기업들이 분주하다”고 말했다.
인도 푸네의 탈레가온 공단 내에 위치한 포스코-인도 가공센터.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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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만큼 철강을 수입하는 비용이 증가해 현지에서 우리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재로 인도 기업이 생산하는 저렴한 철강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품질 면에서 격차가 커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 관계자는 “공장 건설 등에 쓰이는 철강이야 인도 내수 제품을 쓸 수 있겠지만 냉장고를 비롯한 고급 가전에 들어가는 컬러 강판은 당장 한국산을 대체할 만한 제품이 현지에 없다”고 토로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도산 철강을 쓸 경우 국내 가전기업들이 표방하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인도 경제의 급성장으로 인프라 구축이 활발한 가운데 건설 자재에 쓰이는 강판 수요도 급증했다. 또한, 가전제품과 자동차 제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강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 틈을 타 중국산 강판 유입이 급증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2년 인도의 중국산 도금 강판 수입액은 9210만달러였으나 2023년 1억7960억달러로 95% 증가했다.
한국산 도금 강판 수입액은 같은 기간 2억520만달러에서 1억9660만달러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의 4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인도 당국은 잠재적으로 세이프가드 관세를 8~12%로 책정할 것으로 예고했다. 또한, 임시로 최대 2년간 시행할 수 있으며 향후 연장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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