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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오징어게임 시즌2 "공·박·리쌍만 돋보인 고구마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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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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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재료로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인스턴트 라면이 돼 버렸네"

오징어 게임은 시즌1 공개 이후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제는 어느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 드라마 시리즈로 자리를 잡았다.

게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게임 컬래버레이션으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오스카 상으로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IP 기반 신작이 거론될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 26일 오후 5시부터 공개됐다. 많은 사람의 평가처럼 기자도 시즌1을 너무나도 재밌게 감상했던 만큼 시즌2를 애타게 기다렸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치밀한 서사, 배우들의 명연기, 각 인물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대립,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 등 시즌1에서의 재미를 새로운 전개로 다시금 맛보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기대감은 지옥, 경성크리처 등 최근 시즌2를 선보인 작품들로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즌1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이 시즌2에서는 큰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이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면 다른 드라마보다 더 실망할 것을 예상했기에 걱정으로 드리워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시즌2의 파트1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확실한 건 앞서 나열한 시즌2 작품들보다는 낫다. 문제는 킬링 타임용으로 만족스러울 뿐이지 오징어 게임 시즌1의 명성에는 한참 못 미쳤다.

시즌1이 평범한 재료로 만든 정말 맛있는 요리였다면 시즌2는 재료 퀄리티를 최고급으로 올렸는데 레시피를 바꾸면서 만들어진 평범한 요리다. 분명 맛은 있었는데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은 아닌 두 번째 시즌이었다. 심지어 양이 너무 적어서 허탈하기도 한...

■ 시즌1과는 다른 게임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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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은 각자 생존에만 집중하는 데스 게임의 급박한 상황과 공포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반면 시즌2는 분명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분위기가 가볍다.

두 번째 게임은 운동회 그 자체였다. 사람이 죽을수록 이득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같은 팀 동료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게도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분위기가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종목도 애매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 극적인 전개, 그 속에서 피어나고 변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오징어 게임의 매력이었다.

시즌2는 생존에서 유발되는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끄집어 내려고 애쓴다. 특히 세 번째 짝짓기 게임은 최악이었다. 진행 방식부터 긴장감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이 지루하다. 후술하겠지만 빠르게 퇴장시키기엔 아까운 주연급 배우들도 지나치게 많다.

어차피 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있으니 전개를 예측하기가 쉽다. 실제로 게임에서 주연급 배우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타노스와 남규(노재원)에 의해 방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명기와 김준희(조유리)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생존했다.

부부, 친구 중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이 죽게 된 시즌1 구슬치기처럼 장금자(강애심)와 박용식(양동근)에게서 안타깝고 감동적인 최후를 기대했지만 엑스트라만 죽어 나간다.

김영미(김시은)의 죽음도 "이 타이밍에 다른 감정선이 필요하니 안타까움 한 줌 뿌려야지"라며 억지로 끼워넣은 식이다. 황인호가 미리 방에 들어온 사람의 목을 부러뜨려 통과 조건을 맞춘 극적 장면만 돋보였다.

잔인한 장면을 축소하기 위해 게임의 비중과 분위기를 전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드라마 수위 자체는 시즌1과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오징어 게임 특유의 데스 게임 긴장감과 공포를 원했던 시청자에게는 이도저도 아닌 아쉬운 결과물이 돼 버렸다.

■ 배우들의 연기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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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시즌2 초반부는 꽤나 지루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전개 속도다. 시즌2 1화 40분이 지나갈 동안 성기훈의 양복남(공유) 수색, 황준호(위하준) 탐색 과정 전개가 펼쳐진다.

분명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속도가 느려 너무 답답하다. 그 답답함을 해소시킨 존재가 바로 양복남(공유)이다. 공유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을 오징어 게임 시즌2의 3화로 이끄는 매개체 그 자체였다.

그는 시즌1에서 젠틀맨의 상징이었던 양복남을 사이코패스로 완벽하게 전환시켰다. 공유의 연기력으로 서서히 식어가던 드라마의 몰입감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3화부턴 황인호(이병헌)의 존재감에 압도당했다. 누가 봐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뻔하게 등장하는데 그것만으로 전율이 차올랐다. 이후 성기훈과의 보이지 않은 대립, 가스라이팅 연기에서 왜 그가 명품 배우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박성훈의 존재감도 빛을 발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강렬했던 더 글로리 전재준의 기억 때문에 몰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가장 어려운 캐릭터인 조현주를 입체적으로 잘 소화하면서 중, 후반부 감정선을 잘 이끌어냈다.

반대로 아쉬움이 많았던 캐릭터도 있었다. 우선 이명기, 박경석은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분량과 내용이 적었다. 시즌3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문제는 타노스다. 분량으로는 톱3 수준이었는데 어색한 랩과 영어가 안 그래도 가벼운 드라마 분위기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약을 먹고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예측불허 행동으로 최악의 빌런일 줄 알았지만 시즌1 빌런들에 비하면 순둥이 수준이다.

3화 이후 모습은 "이게 과연 황동혁 감독이 원한 약쟁이 래퍼의 모습일까" 의문이 들었다. 타노스와 이명기의 서사도 메인 스토리와 아무 관련 없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것도 문제다. 사실상 없어도 될 내용들이다. 열연한 배우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기에 호불호가 갈린 연기를 더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 모두 다루기엔 너무 많은 주연급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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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등장인물에서 이정재 외 다른 배우들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그나마 범죄도시를 감상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독수 정도다. 덕분에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다리는 것보다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던 이들의 연기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시즌2 등장인물들의 라인업은 시즌1 대비 매우 화려하다. 이정재, 이병헌, 공유, 임시완, 양동근, 박성훈, 위하준, 최승현 등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급으로 활동했던 배우들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너무 많으니까 드라마를 감상하는 내내 이들이 각자 어떤 서사를 보여줄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때 이름 있는 배우들이 쉽게 죽을 일도 없다는 인식이 몰입을 방해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서사가 세밀하게 다뤄진 것도 아니다. 이명기(임시완)는 카메라에 많이 비춰졌으나 대부분 타노스(최승현)와의 혈투일 뿐 캐릭터의 서사와 역할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명기보다 분량이 적었던 박경석(이진욱)은 논할 것도 없다.

그 결과 이병헌, 이정재, 박성훈, 임시완 외 주연급 배우들보다 성기훈의 친구인 박정배(이서환)만 세계관에 맞춰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그림이 그려졌다.

타노스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이 모두 살아있다는 것도 골칫덩이다. 시즌3의 한정된 분량으로 이들의 서브 플롯과 복선이 제대로 다뤄질 수 있을지 걱정만 늘었다.

■ 대충 봐도 쉽게 눈치 채는 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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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을 심도 있게 감상하거나 여타 추리극, 범죄물을 많이 감상했던 시청자라면 시즌2를 보면서 예고편을 보지 않아도 대부분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황인호(이병헌)가 게임에 001번으로 참가한다, 두 번째 게임은 달고나 뽑기가 아니다, 황인호가 일부로 게임에서 트롤할 것이다, 박 선장(오달수)이 흑막이다, 스페셜 게임이 진행된다, 드라마 특성상 임신한 김준희(조유리)는 빨리 퇴장하지 않을 것이다 등이다.

다음 시즌의 일부 전개도 뻔하다. 예를 들어 박경석(이진욱)의 생존이다. 7화에서 박경석을 향해 병정이 총을 발사하지만 소리만 들릴 뿐 사망 연출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에 따라 박경석을 쏜 인물이 11번 강노을(박규영)이며 그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시즌2 마지막에는 진행 측도 성기훈(이정재)의 예상치 못한 전략에 많은 피해를 입은 상태라서 당장 시체를 처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 틈을 이용해 생존한 박경석이 추후 크랙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상치 못한 전개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인간 군상극의 비중이 커졌다. 게임 속에 인간 군상극을 간간이 집어넣었던 시즌1과 비교하면 긴장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탄탄하고 신선한 전개가 필요했는데 1~7화 내내 식상한 전개가 펼쳐지니까 긴장감은 물론 몰임감까지 한꺼번에 감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그나마 공유, 이병헌, 이정재, 박성훈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드라마의 퀄리티를 끌어올렸기에 망정이지 이것마저 없었다면 시즌2의 평가는 더욱더 처참했을 것이다.

■ 결국 다음 시즌으로 넘겨진 고구마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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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가 7화 밖에 되지 않은 것을 보자마자 불안했다. 인물들의 라인업만 봐도 한꺼번에 죽이지 않는 이상 이 분량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역시나 시즌2는 파트1 수준이었다. "여기서 끊어버리네"라는 탄식이 나올 만큼 갑자기 나타나는 엔딩 크레딧은 시즌1 수준의 매듭을 기대했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더군다나 제작진은 이야기 내내 고구마만 던졌지 우유와 사이다를 단 한번도 내주지 않았다. 2년 내내 대한민국 영해에 있는 섬 하나도 발견 못하는 황준호, 박 선장에게 휘둘리는 외부팀, 탈락자들의 안식을 중시 여겼으나 결국 인신 매매를 일삼는 병정들에게 굴복하는 강노을, 무능과 배신의 극치를 보여준 박민수(이다윗) 등 답답함을 제공하는 요소에서의 결말은 모두 다음으로 넘겼다. 그렇게 꼴보기 싫었던 타노스의 죽음도 시원한 것보다 떨떠름하다.

마지막 성기훈의 판단은 가관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팬 입장에서 페이트/제로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에미야 키리츠쿠는 성기훈과 비슷한 행동으로 자신만의 정의를 지켜왔지만 성배로 결국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다같이 밖으로 나가자는 성기훈의 기조와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다. 오히려 황인호가 대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감수해도 되냐고 묻는다. 그리고 성기훈은 그것이 옳다며 아무 대안 없이 병정들의 총을 강탈해 컨트롤 룸으로 향한다.

결국 그의 무모한 판단은 박정배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을 사망으로 몰면서 더 최악의 상황으로 이끄는데 "갑자기 왜?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라는 물음표만 그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굳이 총격전을 넣어야만 했을까. 아무리 병 복무를 마쳤어도 조현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일반인이 처음 보는 총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은 몰입감을 저해했다. 오히려 강대호(강하늘)의 답답한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인 스탠스라서 공감대가 형성됐을 정도다.

결국 궁금한 모든 것들은 시즌3로 넘겨졌다. 황 감독은 2025년 여름 정도에 시즌3를 공개한다고 밝혔는데 모쪼록 극찬을 받았던 드라마 시리즈의 종막인 만큼 아쉬운 시즌2의 평가에서 벗어나 대미를 장식하는 결말을 선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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