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 쏴서 문 부숴","계엄 2번 3번 하면 된다"... 내란 입증 발언 공개

12.3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이 내란 당일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에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가결을 막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후에는 "2번 3번 계엄령 선포를 하면 된다"고 말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고용'으로 계엄 선포를 했다는 그동안의 해명과 완전히 배치되는 정황이다.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가 오늘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하며 밝힌 공범자 윤석열의 구체적 행적들이다. 김용현의 혐의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이다.

윤석열 "국회 들어가는 국회의원, 포고령 위반으로 체포하라"
검찰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계엄 당일 윤석열은 조지호 경찰청장에 직접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하기 위해 국회에 모이는 행위 자체를 '정치 활동'으로 간주하고 체포하려 했다는 얘기다. 윤석열이 발표한 계엄 포고령은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했던 말, 즉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하였고, 그래서 국회의원 등 많은 인파가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안건 심의가 진행됐다"는 주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결국 12일 대국민 담화는 계엄 실패 뒤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윤석열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 끌어내라"
윤석열이 발포를 언급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은 계엄 당일 국회 주변에서 현장 지휘 중이었던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 의결을 막기 위해 발포까지 허용한 것이다.

군이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수방사 군사경찰단과 1경비단에는 소총 156정, 권총 113정, 저격총 5정, 테이저건 10정, 삼단봉 65개, 드론재밍건 1정 등의 무기가 지급됐다. 탄약의 경우 소총탄 3,815발, 권총탄 1,233발, 공포탄 2,939발, 기타 120발 등이 지급됐다.

윤석열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
윤석열이 국회의 계엄 해제 가결 이후 2차 계엄을 계획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도 확보됐다. 국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윤석열은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를 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 국회 의결 이후에도 윤석열이 2차 내란을 고려했다는 정황이다.

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이후 윤석열이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되는 거고"라며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2시간 짜리 내란이 어디있느냐"는 자신의 해명과 달리 비상 계엄을 선포하기 전부터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발언이다.

윤석열이 자신에게 전화해 "(국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폭로는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서도 재차 확인됐다. 지시를 받은 곽 사령관은 707특수임무단장, 1공수특전여단장에게 국회 건물 침투를 지시하고 "대통령님 지시다,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곽 사령관에게 "진입이 어렵다"고 보고하며 본회의장 진입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계엄해제요구안 가결 임박하자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우선 체포"
방첩사의 주요 인사 체포 계획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체포대상자 10여 명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하고 수사요원 100명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100명의 수사관 지원을 요청했다. 이 요청에 응해 경찰은 영등포 경찰서 형사 10명을 포함한 경찰 50명을 국회수소충전소에 대기시켰고, 국방부 조사본부도 10명의 수사관을 대기시켰다.

국회의 비상계엄해제 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체포조의 임무 내용이 바뀌었다. 김용현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고 지시했다. 여인형 사령관은 이를 김 모 방첩수사단장에게 전달했으며 김 단장은 국회로 출동하고 있는 7개 방첩서 출동조에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은 전면 취소한다. 모든 팀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해 구금시설 (수방사)로 이동한다"고 명령했다.

같은 시각, 방첩사 수사단의 최 모 소령은 방첩사 출동조 단체 대화방에 "모든 팀은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포승줄과 수갑을 이용하라고 했다.

방첩사 출동조 단체 대화방 캡쳐 내용 (2024.12.4 00:38-01:31) /출처 : 검찰 수사결과 발표자료

앞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 대상 인사들의 명단을 불러주며 체포에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이 내용 역시 검찰 수사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

윤석열, 늦어도 올 3월부터 비상계엄 논의... 계엄 포고문 직접 승인
윤석열이 늦어도 올해 3월부터는 비상계엄에 대해 김용현 등과 논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윤석열은 올해 3월말과 4월 초 사이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여인형 등 4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시국이 걱정된다'며 '비상 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5월과 6월 사이, 8월 초에도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난 뒤에도 김용현, 여인형과 비상대권에 대해 얘기했다.

11월 9일에는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했고, 11월 24일에는 대통령 관저에서 비슷한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김용현은 11월 24일에서 12월 1일 사이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다.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윤석열은 '지금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나,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며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다. 이에 김용현은 준비해 둔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보고했다. 윤석열은 포고령 중 '아간 통행 금지' 부분을 삭제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2월 2일, 윤석열은 해당 문건들을 승인했다.

검찰 "국헌문란과 폭동 모두 인정돼...내란죄 성립"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자료를 통해 윤석열의 내란죄 혐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12.3 사태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 △일대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 모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제(26일) 피의자 윤석열에 오는 29일 오전 10시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3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저에 보낸 요구서는 아직까지 '수취 거절' 상태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윤석열 측 대리인을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오늘(27일) 기자들과 만나 "헌법 재판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 오대양 ody@newstapa.org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