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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경제관료 이찬우 내정…내부통제 강화 '최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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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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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진통 끝에 차기 회장 후보자로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내정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내부인사 발탁도 점쳐졌지만 관행대로 경제관료가 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내년 2월 취임할 이 후보는 금감원 근무 경력을 살려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쇄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농협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이 전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다만 최종 선임되려면 내년 1월 24일 진행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농협금융지주는 내년 2월 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후보를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임추위는 지난 20일 인터뷰 대상자 3명을 추린 뒤 이날 PT 발표와 심층면접 등 인터뷰를 거쳐 최종 회장 후보자를 선정했다. 이석준 회장의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되는 만큼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34조에 의거해 사내이사인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 부사장이 1월 한 달간 회장직을 대행할 예정이다.

지난 9월 26일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한 임추위는 3개월째 차기 회장 후보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11월 19일 회장 후보군을 10명으로 압축했으나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부 후보군들이 난색을 표해서다.

농협금융 지분의 100%를 쥔 농협중앙회는 정부와 인사코드를 맞춰 경제관료를 지주 회장 자리에 앉혀왔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2대 신동규, 3대 임종룡, 4대 김용환, 5대 김광수, 7대 이석준 현 회장 등 2명(초대 신충식·6대 손병환)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라는 대형 변수가 나타나면서 농협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는 제자리걸음을 거듭해왔다. 현 이석준 회장이 지난 2022년 12월 12일 선임된 것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 대비 약 2주일이나 지연된 셈이다. 회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올해는 이례적으로 계열사 CEO 후보자들이 회장보다 먼저 확정되기도 했다.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후보는 서울대 정치학과 및 행정고시 31회 출신의 정통 금융관료다. 이 후보는 재정경제부 복지경제과장,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거쳐 농협금융그룹의 수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후보가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이라는 점에 좋은 점수를 준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잇단 금융사고로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강도 높은 조직쇄신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기재부의 '최장수 차관보' 타이틀을 보유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경제정책을 주도한 인물이자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돼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대내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코드가 맞는 내부인사들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과 박규희 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예상을 깨고 금감원 출신의 외부인사가 회장 후보로 추천된 건 '내부통제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을 시작으로 총 여섯차례에 달한다. 금감원 출신인 이 후보는 감독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내년 도입되는 책무구조도의 연착륙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1순위 후보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이라 즉시 선임이 제한됐으나 경영 공백은 없다"며 "내달 3일 새해 첫 임추위에서 회장 후보자가 선정되면 당일 임시주총을 통해 차기 대표이사 회장이 최종 선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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