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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현빈·송중기·송혜교 … 얼어붙은 극장가 '믿보배'들이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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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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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多作)의 배우들을 볼 때마다 객석의 모두는 생각한다. "또 나와?" 겹치기 출연까진 아닐지라도 매해 한두 편씩 수백억 원 제작비의 대작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이미지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현빈, 송중기, 송혜교라면 다르다. 그들 연기를 감상하면 "역시" 하는 감탄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빈 주연 '하얼빈', 송중기 주연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송혜교 주연 '검은 수녀들'이 연말연시 차례대로 극장에서 개봉한다. 세 배우는 이번에도 필모그래피에 흥행 마크를 찍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국영화 시장에 화색이 돌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24일 개봉한 후 이틀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하얼빈'은 시작부터 영상미가 강렬하다. 얼어붙은 강 위를 지나는 한 명의 사내가 나오는데, 바로 안중근(현빈)이다. 안중근은 맹추위와 허기짐을 견디고 동료 독립군들이 모인 본부 건물 지하로 향한다.

모두가 안중근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살아서 돌아왔다.

그러나 안중근이 살아 돌아왔다는 환호도 잠시, 냉담한 시선들이 그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는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약 40일 전, 안중근은 애써 생포한 일본 황군 포로들을 풀어줬다. "즉시 사살해야 한다"며 모두가 반대했지만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포로를 석방하는 게 평화의 길"이란 믿음을 굳게 붙들고 있었다. 그러나 안중근의 선택은 결코 해선 안 될 낭만적인 오판이었다. 안중근은 죄책감 끝에 하나의 선택을 감행한다. "늙은 여우를 처단하라."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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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기존 안중근 의사의 서사는 한국인 모두가 아는 바와 같지만 이번 '하얼빈'은 기존 안중근 서사를 뛰어넘는 매력을 지닌다. '기생충' '버닝' '곡성' 등 작품에서 활약한 홍경표 촬영감독이 이번 '하얼빈'에서 압도적 영상미를 마음껏 펼쳐 보여서다. 상업영화이지만 예술영화의 느낌이 강할 정도다. 300억원의 제작비를 허투루 쓰지 않았음이 감지된다.

'하얼빈'에선 담배도 눈여겨봐야 할 소재다. 독립군들은 탁자에 모여 끝도 없이 담배를 태운다. 담배를 태우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담배에 집착한다.

연소되어 재가 되고 결국 연기처럼 사라질 담배 한 개비는 산화되어 이 세상을 떠나 재처럼 흩어질 당대의 불꽃같은 인간상을 압축해낸다. 안중근을 연기한 현빈은 '원죄와 속죄'를 키워드로 고통 속에서 인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관객에게 묻는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안중근 전기'만은 아니게 된다.

31일 개봉 예정인 배우 송중기 주연의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1997년 외환위기(IMF) 직후 사업이 망해 지구 반대편의 콜롬비아 보고타로 도망치듯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다. 송중기는 무능력한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 아래 낯선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국희 역을 맡았다. '보고타'는 그런 국희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 등과 어울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범죄 드라마 형태로 보여준다. 영화는 12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친 국희의 연대기를 107분의 러닝타임에 압축적으로 펼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국희의 캐릭터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영화의 큰 줄기를 이루고,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극의 긴장감은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된다. 보고타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국희는 전 재산을 도둑맞아 절망하는 앳된 청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버지와 베트남 파병을 나갔던 박병장 밑에서 의류 밀수 일을 시작하며 현지 '룰'에 완벽히 적응한다. 당초 국희는 적당히 돈을 번 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고타 내 가장 낙후된 지역인 '1구역'에서 최고 부촌인 '6구역'까지 진출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다.

국희는 더 큰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존재감을 키운다. 한인 상인회 회장까지 맡게 된 이후에는 동료들의 충고와 견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하다 못해 맹목적이고 냉정한 모습이다. 이처럼 일찍 어른이 된 국희를 통해 영화는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에서 한인 상인들은 부패한 세관에게 뒷돈을 주고 한국에서 옷을 밀수해 시장에 판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인 만큼 이들은 서로 똘똘 뭉쳐 협력한다. 하지만 밀수 규모가 커지면서 권력 다툼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한인 상인들을 견제하던 콜롬비아 현지 상인들과 세관의 연합으로 이들의 안정적이던 삶은 무너지고,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일이 잇따르는 지경에 이른다.

다음달 24일 개봉하는 '검은 수녀들'에서 송혜교는 '구마 수녀' 역을 맡았다.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번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송혜교는 십자가가 새겨진 수녀복을 입고 악령을 쫓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유니아 수녀는 남성만의 영역으로 여겨진 구마를 수행하는 여성이란 점에서 차별적인 시선을 겪지만 그는 소년 희준을 구해야 한다. 희준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혀 있다.

티저 영상에 따르면 이 영화의 핵심은 '12형상'으로 보인다. 전작 '검은 사제들'을 기억해보면 악령 12형상은 질병, 기근, 전쟁, 가난 등을 일으키는 악마들을 뜻한다. '검은 사제들'에서 두 사제(김윤석과 강동원)가 처리(구마)한 악령은 12형상 중 하나인 마르바스였다. 마르바스가 열두 악령 중 '최종 보스' 격으로 나오는데, 이 악령이 사라졌더라도 11형상이 아직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에 이어 흥행하며 오컬트계의 명작으로 기록된다면 또 다른 엑소시즘 영화 후속작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은 수녀들'은 권혁재 감독의 작품으로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과는 일견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3부작'과 연계되기를 바라는 팬들이 적지 않다.

장재현 오컬트 3부작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를 뜻하는데, '사바하'에는 극동종교문제연구소의 박웅재 목사(이정재)가 아가페 수녀원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장면이 나온다. '검은 수녀들'이 바로 이 아가페 수녀원을 뜻하는 게 아니냐고 국내 오컬트 팬들은 추정 중이다. 단, 아가페 수녀원이 실제로 부패한 조직이 아니라, 겉으로는 문제가 상당한 집단처럼 행동하면서 실제로는 구마 의식을 진행했으리라는 게 팬들의 추정이다.

[김유태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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