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역사에 실패한 친위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다.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삼는 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친위 쿠데타를 통해 입법과 사법 권력을 무력화시키려했던 친위쿠데타는 민주시민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권력은 대통령의 총칼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몸소 확인시켜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의대증원정책 파산해
윤석열의 내란책동과 실패는 곧 윤석열표의 일방적 의료개혁의 파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윤석열은 불통과 이중잣대, 권력남용 등으로 비롯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의사수 확대를 갑작스럽게 제기했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2천 명 증원이라는 정책을 들이밀며 밀어부쳤다.
윤석열의 강력한 지지세력중 하나였던 의료계는 저항이 불가피했다. 전공의들은 집단적 사직을 통해 대학병원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벼랑끝 투쟁을 전개했다. 의대증원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윤석열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료계간의 극단적 대립은 지금까지 진행중이다. 양측 어디에서도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하는 태도는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실패와 탄핵으로 의정 갈등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2000명 의대증원 정책은 더 이상 추진은 어렵다. 윤석열의 탄핵과 함께 윤석열표 2000명 의대증원 정책도 폐기되어야 한다. 목표없는, 혹은 잘못된 목표를 설정한 의대증원 정책은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애초부터 윤석열의 의대증원의 목표는 공공의료의 강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이 아니었다. 윤석열은 올해 초 KBS 특별대담에서 의대증원을 추진하는 이유로 ‘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윤석열이 그 조차 의료산업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보이진 않는다. 단지 2천명의 의대증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주어모은 논리에 불과해 보인다. 그가 의료의 특성도, 공공의료도, 국민건강도, 의료산업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의료체계의 심각한 위기를 직시해야
의료체계의 목표는 항상 ‘국민건강’을 위함에 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의료체계를 운영하는 목표도 동일하다. 우리 헌법에도, 보건의료기본법에도, 의료법에도, 국민건강보험법에도 그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튼튼한 의료보장체계가 필요하다.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특성에 맞는 사회보험(혹은 국가보건서비스)제도를 운영하고 의료공급을 위해 공공병원을 공급하는 이유다.
그간 우리는 이를 소홀히 해왔다. 건강보험으로 충분히 의료보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별도로 높은 의료비 부담과 민간의료보험 지출을 야기해왔다. 또한,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공공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을 민간의료기관이 의료공급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의료의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료체계가 개혁해야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공급자에 대한 보상방식을 양에서 가치로 전환해야
특히 우리 의료체계는 심각한 위기에 당면해 있다. 우선 지난해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9.9%로 처음으로 의료비 지출이 OECD 평균을 넘어섰다. 문제는 그 증가폭에 있다. 정형선 교수에 의하면 2030년에는 GDP 대비 1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의료비 급증을 사회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다행인 점은 앞서 추정한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 증가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급격한 고령화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과잉공급 역시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를 개혁한다면 얼마든지 의료비 증가를 통제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의 과잉공급이 발생하고 있는 근저에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잘못된 보상 방법에 있다. 바로 행위별수가제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서비스의 가치보다는 양을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의료의 양을 늘릴수록 수익이 증가하므로, 의료공급자는 의료의 가치를 늘리기보단 양을 늘리고자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10분 진료하나 3분 진료하나 동일한 보상을 받으므로 3분진료를 하게 되는 이유다. 따라서 이를 개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닌 가치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과잉진료는 줄어들게 되어 의료비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 양이 아닌 가치를 보상함으로써 높은 의료의 질과 가치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더 많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이 아닌 가치기반의 의료보상체계로의 전환이야 말로 우리 의료체계 개혁의 핵심이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성 강화와 공공의료기관 확대 필요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성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민간의료기관에게 수익 추구를 부정하고 공익성만을 추구하라고 요구할 수만은 없다. 민간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수익성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일치시키게 하면 된다. 즉, 민간의료기관이 의료의 공익성(≒ 국민건강≒ 가치 의료)을 더 많이 추구할 때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닌 가치를 보상해주는 방식이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성과 공익성을 최대한 일치시키도록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공공의료기관 확대가 필요하다. 민간의료기관은 불가피하게 수익성을 추구한다. 아무리 공익성과 수익성을 일치시키더라도 완벽할 순 없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대유행시절 민간의료기관의 행태를 익히 알고 있다. 당시 코로나 환자를 최전선에서 감당한 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이었다. 공공병원은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전면적으로 우선시하며 운영되어야 하며, 그런 의료기관들이 중진료권마다 최소 1개 이상씩 있어야 한다. 지난 문재인정부하에서 논의된 예가,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최소 1개이상의 300병상 이상급 공공병원을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기껏 30여개에 불과하고 그 조차 규모가 적은 중소규모일 뿐이다.
의사수는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할 것이냐, 의료비를 어떤 수준으로 통제할 것이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국가들의 의사수가 천지차이인 이유다. 굳이 OECD 평균의 의사수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의료개혁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합의해내는 것, 그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의사수를 객관적으로 추계하는 것이다. 이 작업에는 정부와 시민사회, 의료계가 함께 해야 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추계없이 주장만 앞선다면 결코 합의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개혁의 상과 그에 입각한 과학적인 방법의 의사수 재추계이다. 빨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의료개혁을 힘차게 전개하길 기대한다.
▲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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