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의 태수는 아버지와 교회 건물 3층에 산다. 복도를 개조한 곳이라 바닥이 차다. 고래뱃속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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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에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온도가 영하 12도인 날 내린다. 티브이에서는 한파 피하기 요령이 방송된다. ‘난방과 온도 관리에 유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방을 관리할 수 없다면?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 속에서 집이 아닌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겨울나기’의 태수는 아버지와 함께 교회 건물의 3층에 산다. 원래 복도였던 곳에 만든 방이라 바닥이 차갑다. 수도도 없다. 씻거나 화장실을 가려면 아래층으로 가야 한다. 아버지가 빚더미에 앉은 뒤 이사 온 방이다.
아빠는 짜장면 집에서만 일을 하다가 짜장면 집을 차렸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을 만든다는 게 자랑이다. 20년 만에 어렵게 장만한 가게는 2년 만에 망하고 만다. 태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가게를 인수한 집주인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세를 올려서 아버지는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아빠는 가게가 망할 즈음 이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더 치과를 다니지 못한다. 이는 ‘짓다 만 건물’처럼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그래서 아빠는 발음이 분명하지 않고 샌다.
겨울나기 이영아 지음, 이소영 그림, 고래뱃속, 1만2000원 |
태수는 엄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는 문래동의 식당에 취직했고 그곳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엄마에게 주말에 가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무작정 버스 정류장에 섰는데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오늘은 오지 마. 다음에 와. 어떻게 매주 너를 만나니?” 왜 다른 아이들은 엄마를 매일 보는데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보는 것일까.
태수는 식판을 들고 구구단을 외우는 공부방도, 중요한 이야기를 아무 때나 묻는 어른들도 싫다. 자꾸 눈에 거슬리는 애도 있고, 전학을 자주 다녀서 공부도 따라가기 힘들다. 지역아동센터 원장이 걱정해주는 말도 마음에 안 든다. 사춘기인 것이다.
친구 가게에 도와주러 갔던 아빠는 팔에 붕대까지 감고 돌아온다. 다쳤지만 아빠는 기분이 좋다. 아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태수는 울음이 터지고 만다.
청소년의 마음을 밀도감 있고 세밀하게 포착해내는 이영아 작가의 신작. 손님이 남긴 음식을 찾아 편의점을 가는 아이 이야기 ‘편의점’을 같이 작업했던 이소영 그림 작가와 다시 만났다. 이 그림 작가는 2014년 올해의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으며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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