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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사설]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다시 발작 일으킨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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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정상을 찾아가던 한국경제가 다시 경기를 일으켰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훌쩍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 치웠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6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대로라면 1500원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암울한 의견도 나온다. 정치 불안과 고환율 탓에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차갑게 얼어 불었다. 한국은행 12월 기업경기 조사(11∼18일) 결과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4.5포인트 낮은 87.0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9월(8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동향을 예의주시해온 외신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의 정치 상황이 경제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 시장을 뒤흔든 정치 마비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양한 보호무역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정치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여야가 계엄·탄핵사태 이후의 정국 주도권 싸움에 몰두하며 더 심각한 대치 국면으로 들어간 현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 신용도 하락이라는 재앙에 맞설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지도자라면 국민 다수의 여론을 살펴 여야가 충돌하는 문제의 가닥을 잡고 돌파구를 제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 대행의 처신은 못내 아쉽다. 가닥을 잡아야 할 일에서 기계적 중립을 고수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 됐다. 국회가 선출한 후보자 3명의 임명은 9명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관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지금의 6인체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되면 추후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도, 대법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는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국민 절대 다수도 임명권 행사에 찬성한다. 국회 추천 몫의 재판관 3명은 형식적·절차적 과정으로 대통령이 임명해온 터라 권한행사에 부담도 크지 않다. 그런데도 한 대행은 대통령 고유권한은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미뤘다. 이보다 더 큰 고유권한인 거부권(재의요구권)은 양곡법 등 6법에 적극 행사한 점에 비추면 자가당착이다.

한 대행의 무책임성을 비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탄핵 카드로 맞서는 것은 안될 일이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이어지면서 줄탄핵이 연발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치명상을 입는다. 경제는 컨트롤타워가 붕괴되면서 서민경제는 각자도생의 험악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국익을 고려해 자제할 수 있어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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