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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공사비 40%↓"…복잡한 전선줄 땅속 묻는 신기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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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기술연구원, 경제성·안정성 높인 미니트렌칭 공법 개발

머니투데이

미니트렌칭 공법을 적용해 공사하기 전 도로 경관 (위), 공사 후 도로 경관 (아래)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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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사이 복잡하게 연결된 통신선과 전력선은 도시 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강풍·폭설 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국내 연구팀이 공사비를 40% 이상 절감하면서 통신선을 지하에 안전하게 묻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신기술을 전력선에도 적용하려면 규제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은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팀이 통신선 지중화 사업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미니트렌칭 공법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통신선 지중화는 바깥에 노출된 전선을 배관이나 공동구를 통해 땅 밑에 묻는 작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터파기 되메우기 공법'이 쓰이는데, 이를 위해선 도로를 폭 1.2미터(m) 이상, 깊이 1.0m 이상 굴착하는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 공사비가 많이 드는 데다 도심지 이면도로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시한 미니트렌칭 공법의 경우 최소한만 굴착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되매움재로 모래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지력이 부족하다. 교통량이 많은 환경에서 침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연은 최소한으로 굴착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미니트렌칭 공법을 개발했다. 폭 15센티미터(㎝), 깊이 35㎝의 최소 굴착으로 공사 규모는 최적화하면서 고성능 매스틱 재료와 초속경 시멘트 모르타르를 적용해 구조적으로도 튼튼하다.

연구팀이 이를 시범사업에 수행한 결과, 미니트렌칭 공법의 포장층에 적용된 매스틱 재료는 기존 아스팔트 공법으로 포장된 도로에 비해 탄성계수가 약 1.37배 높았다. 탄성이 높을수록 땅이 꺼질 위험이 적다. 미끄럼 저항성을 측정하는 BPT 시험에서도 기존 도로 대비 10~20% 향상된 미끄럼 저항 성능을 보였다. 이를 통해 기존 공법 대비 공사비를 42%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굴착 범위가 좁은 만큼, 기존 도로 인프라를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공사 소음과 분진 발생을 최소화해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규제상 미니트렌치 공법은 통신선 지중화에만 적용할 수 있다. 전력선은 지중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전력선과 통신선 지중화가 서로 다른 법령과 규제로 관리되기 때문에 두 선을 동시에 지중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보통 통신선만 지중화되고 전선은 공중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인데, 도시 미관과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통신선과 전력선을 동시에 지중화할 수 있는 통합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미니트렌칭 공법은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신기술로, 지중화 사업의 새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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