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산자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산회
산자위 "연내 처리 불투명...소위 일정도 미정"
업계 "거듭된 호소를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
R&D 직군 주 52시간 완화 與野 입장차 여전
고소득 연구개발(R&D) 직군에 대한 52시간 규제 완화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안 소추까지 겹치며 법안 심사가 중단된 탓이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곽영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논의조차 못한 반도체 특별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6일 관련 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심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심사가 길어져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산자위는 이후 본회의를 마치고 늦은 오후부터 소위를 개회할 예정이었지만, 각당 의원총회 일정이 겹치며 소위 일정은 '자동 유예' 됐다.
산자위 관계자는 "27일이라도 소위가 열린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반도체 특별법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해졌다"며 "추후 소위 일정도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달 21일 이후 한 달여만에 어렵게 열린 소위에서 특별법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데 좌절하는 분위기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 골몰하고 있는데 업계의 거듭된 호소를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업들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달 첫 소위에서 여야가 R&D 직군에 대한 52시간 규제 완화를 두고 이견을 보이자, 야당 의원실을 돌며 직접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더불어민주당 측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 R&D 직군 근무실태 보고서도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만 TSMC, 중국 SMIC 등 경쟁 기업들의 연구 시간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이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특화 조성계획 발표회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의 위상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안보 핵심 자산인 반도체에 미국, 중국 외에 인도 등 신흥 국가들도 뛰어들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TSMC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R&D 직군 주 52시간 완화 與野 입장차 여전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국가와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고, 고소득 R&D 직군에 대한 주 52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DS부문 직원 약 6만명 가운데 5000여 명이 해당된다.
다만 주 52시간 규제 완화를 두고는 입장차가 여전하다.
여당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인 산자위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은 "첨단전략산업법으로도 반도체 기업에 재정 지원이 가능한데, 반도체 특별법을 별도로 만드는 건 업계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자는 의미 아니냐"며 "핵심 내용이 빠진다면 '반도체 보통법'이지 특별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또 "야당이 반대할 걸 대비해서 고육지책으로 시행 시기를 10년으로 제한하는 일몰 조항도 넣어뒀고, 그 대상도 전체 직원이 아니라 R&D 직군에서도 고소득으로 한정했다"며 "시범 기간 식으로 5년으로 할 수 도 있을텐데 왜 이런 것조차 논의하지 않는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야당은 주 52시간 이상 근무가 이미 기존 제도로 가능하고, 특정 업종에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허용하는 선택근로제, 탄력근무제, 특별연장근로제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반도체 위기론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자위 소속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잘 못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게 주 52시간 때문이냐"고 비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지난 2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무능에서 비롯된 경쟁력 부족을 근로시간제도 탓으로 돌리는 건 책임 회피"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진 않다.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과 TSMC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자칫 수십,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며 "법에서 명시하는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을 긴급히 살려야 한다"고 썼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