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15년 만에 최대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 내린 1455.2원으로 출발했으나 바로 상승 전환해 오전 10시21분쯤 146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최고 수준이자,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1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위기 때인 2009년 3월11~17일 이후 처음이다. 연말을 맞아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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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1401.3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64.8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한 달도 안 돼 63.5원이 오른 것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종전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속도 조절을 시사하며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그 결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108대로 올라선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108.023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서정훈 연구원은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정책 공백 우려 속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까지 물밑대화는커녕 패싱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취임 전까지 환율은 1500원까지 열어놔야 하고, 취임 후 관세정책으로 곧바로 실행하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9.0포인트(0.37%) 오른 2449.52로 강세 출발했다가 환율 급등 여파로 하락 전환해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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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동학개미 울고 서학개미 웃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해외 주식은 테슬라로 각각 집계됐다. 갈수록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30% 넘게 하락했지만 테슬라는 84% 넘게 올라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2일∼12월24일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모두 12조4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SDI(2조3183억원), LG화학(1조6168억원), SK하이닉스(7887억원), 엔켐(5414억원) 순이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강달러 기조 등이 이어지면서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대비 약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삼성전자는 30.70%, 삼성SDI는 45.97%, LG화학은 49.30% 각각 폭락했다. 반면 인공지능(AI) 수혜주 엔비디아의 영향으로 SK하이닉스는 19.08% 상승했고, ‘제2의 에코프로’라 불린 엔켐은 67.30%나 올랐다.
테슬라.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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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1조5715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는데, 같은 기간 주가는 84.85% 상승했다. 이어 AI 분석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를 8258억원,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을 6741억원, 비트코인 ‘큰손’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6369억원, 인텔을 4768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올해 팔란티어 주가는 386.02%, 브로드컴은 119.47%, 최근 나스닥100지수에 편입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417.23% 각각 올랐는데, 구조조정에 나선 인텔은 저가 매수세에도 58.54% 하락했다.
올해 수익률로 보면 서학개미가 국내 증시에 투자한 동학개미에 압승을 거둔 셈이다. 다만 증권가는 내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관세 리스크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3대 지수의 역사적 신고가 경신 후 투자자 부담이 가중됐다”며 “작은 이슈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코스닥 공모액 3년째 내리막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신규 상장을 통한 공모금액이 2조4000억원대에 그쳐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대통령선거 등을 둘러싸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신규 상장된 기업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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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을 통해 조달한 공모금액은 2조4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00억원 감소했다. 코스닥 공모금액은 2021년 3조5800억원 이후 2022년 2조9700억원, 2023년 2조7700억원 등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28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전년(132곳)에 비해 줄어들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빼면 올해 88곳이 신규 상장했다. 다만 이 중 기술성장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42곳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기술성장특례 상장기업은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 16곳, 소프트웨어 5곳 순이었다. ‘매출 뻥튀기’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 후 기술성장특례 상장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상장 감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개선, 표준기술평가제도의 본격 시행 및 기술평가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바탕으로 역대 최다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기업 전체로 보면 바이오 업종이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장비 11곳, 소프트웨어 9곳, 전기·전자 9곳, 정밀기기 7곳, 반도체 6곳 순이었다.
거래소는 ”올해는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로봇 6곳, 항공·우주 2곳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상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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