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뿔등심 희소성 잃은 것처럼
브랜드의 생존 주기 갈수록 짧아져
유명셰프 독점 계약해 간편식 제작
K푸드 인기 힘입어 내년 미국 진출
SG다인힐과 캐비아를 이끄는 박영식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외식업부터 간편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며 F&B 업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왔다. 2025년엔 본업인 외식업으로 뉴욕에 진출할 계획이다. [사진 SG다인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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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의 F&B 업계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기술 발전과 트렌드 변화가 더해지며 그 흐름은 더욱 가팔라졌다. 그만큼 변화를 못 읽으면 버티기 힘든 분야가 됐다. 올해로 20년을 맞이한 SG다인힐과 캐비아를 이끄는 박영식 대표는 이런 변화에 늘 기민함으로 승부를 봤다. 파인다이닝부터 스테이크 하우스, 소고기 전문점, 건강식 전문점 등 외식업은 물론 간편식까지 F&B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변곡점에서 선 사람. 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로 통하는 그를 만나 지난 20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건강식 전문점 썬더버드. [사진 캐비아] |
Q : 2024년 외식업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까. 외식브랜드 ‘SG다인힐’의 성적은.
A : “코로나 때보다 어려웠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꺾이더니 올해는 최악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브랜드를 믿고 힘들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사실 외식업은 늘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왔다. 성격이 그렇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새로 시도해야 한다.”
Q : 투뿔등심·붓처스컷·썬더버드 등 SG다인힐 브랜드는 남들보다 빨랐다.
A : “대부분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면 도전한다. 예를 들어 붓처스컷을 열 땐 ‘왜 한국엔 스테이크 하우스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주변에서 모두 말렸는데 제대로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때 떠오른 게 뉴욕스트립(뉴욕 스테이크), 우리말로 채끝등심이다.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뉴욕스트립이 맛있다는 것을 안다. 꽃등심보다 기름이 많고, 육향이 좋은 부위인데 선호하는 부위가 아니다 보니 가격이 저렴했다. 붓처스컷을 열고 숙성법과 그릴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다 최적점을 찾았고 그렇게 선보인 브랜드가 투뿔등심이다. 그때까지만 꽃등심을 최고로 여겼는데, 투뿔등심이 채끝을 두껍게 내며 단시간에 화제가 됐다.”
Q : 과거 큰 영광을 누린 브랜드라도 인기가 오래가지 않는데.
A : “브랜드의 생존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예전엔 5년 정도였다면 이젠 2년 남짓인듯하다. 희소성이 중요한데, 10여년 전 투뿔등심이 고기 업계의 게임체인저였지만 이후 비슷한 컨셉을 내세운 곳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희소성을 잃었다. 소비자로선 선택지가 많아졌으니까. 새로운 걸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Q : 간편식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A : “2017년 이마트를 시작으로 컬리 등 유통채널을 통해 삼원가든 간편식을 출시했다. 특히 컬리와 독점으로 삼원가든 불고기와 곰탕을 냈는데 정말 잘 됐다. 그때 간편식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비아라는 회사를 만들고, 간편식을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확대에 나섰는데, 브랜드에 한계가 있더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우리 브랜드가 많다고 우리 것만 고집하면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제품도 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때가 2019년이었는데, 본격적으로 셰프들을 직접 찾아가 IP 계약을 했다.”
Q : 셰프들을 설득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A : “절대 간편식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셰프부터 찾아갔다. 처음 섭외한 사람이 레스쁘아의 임기학 셰프다. 다행히 바로 하겠다고 했고 이후에도 수월했다. 아무래도 외식업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셰프들이 쉽게 마음을 열어준 것 같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왜 안 불러주냐’는 분들이 있을 정도였다. 현재 계약한 IP중 95% 정도가 독점이다.”
Q : 제품 출시 기준은.
A : “지금은 제대로 된 절차가 생겼지만, 초기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2~3년은 시장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투자를 받았으니 제품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팔리지 않는 재고만 쌓였다. 결국 정신 차리고 구조화를 했다. 이젠 아무리 뛰어난 셰프라도, 내가 원해도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 4~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판매 채널에 필요한지, 시즌에 맞는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 따진다. 가장 중요한 건 판매 채널과의 소통으로, 꾸준히 소통하며 그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캐비아는 정리의 시간을 지나, 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Q : 직접 제조하지 않는 이유.
A : “처음부터 고정비용을 생각해, 제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제조한 회사들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다. 당연하다. 공장 만드는데 수백억이 들고 관리도 필요하다.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엔 자사몰을 키우려고, 첫 제품 구매 혜택이나 100원 딜 등의 마케팅을 했다. 현재 자사몰 매출과 비교하면 그때가 훨씬 매출이 컸지만, 출혈이 더 컸다. 그래서 마케팅팀을 없앴다. 판매는 컬리, 쿠팡, 오아시스, 쓱(SSG) 등 온라인 채널과 트레이더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에만 집중한다. 대부분 직매입 채널이다 보니, 판매 채널에서 알아서 마케팅한다. 우리 입장에선, 두 번 비용을 쓸 이유가 없다. 현재 자사몰은 회사 소개를 하는 홈페이지의 기능을 한다.”
Q : 내년, 뉴욕 진출 계획은.
A : “앞서 자카르타와 베트남에 진출해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다음은 미국이다. 미국은 아직 기회의 땅이다. 특히 K-POP 스타와 K-컬처가 키워놓은 K-푸드가 급류를 타서, 지금이 적기다. 향후 20~30년은 꾸준히 K-푸드가 대세일 거라고 본다. 2~3년이면 새로운 곳을 찾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한번 물결이 일면 오래 간다. 다행히 원하는 위치에 공간이 나와 삼원가든을 열려고 준비 중이다. 이후, 아버지의 존함을 딴 한국식 스테이크하우스 수남과 SG다인힐의 브랜드 썬더버드, 또 한국에서 활약 중인 셰프와 함께 뉴욕에 진출할 계획이다. 뉴욕에 4~5개의 브랜드를 만들고 체력이 생기면, 미국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것이야말로 내 본업인 외식업으로 국위선양을 하는 게 아닐까.”
캐비아의 간편식 제품인 리북방 이북식 백순대국. 삼원가든 떡갈비. 뼈없는 갈비탕. [사진 캐비아] |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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