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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단독] 수입 의존하던 암 치료제 원료 '악티늄', 내년 상반기 국내서 생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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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허가 절차 막바지 보완 중
원자력의학원 "내년 초 허가 예상"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속도 기대
"생산 중 라돈 배출 관리가 중요"
한국일보

11월 29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한 직원이 방사능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차폐된 특수 설비(핫셀)를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작하고 있다. 대전=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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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암 치료제 개발의 핵심 원료로 각광받는 '악티늄(Ac)-225'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에서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미 생산 설비는 갖춰졌고, 원자력당국의 허가 절차도 막바지 보완만 남았다. 국내 생산이 가시화하면 이를 활용해 만드는 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1 개발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돼 환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난 3월 20일 한국원자력의학원으로부터 악티늄-225 생산 허가 신청을 받고 검토에 착수, 현재 마지막 보완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의학원 관계자는 "예상대로 내년 초 허가가 이뤄진다면, 내년 상반기 안에는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학원은 악티늄-225를 생산하는 설비인 사이클로트론2을 보유하고 있다.

악티늄-225는 암 치료용으로 쓸 수 있는 방사선(알파선)을 내뿜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베타선을 내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로 만드는데, 치료 효과가 좋아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알파선이 베타선보다 에너지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악티늄-225로 더 좋은 약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국일보

방사성 의약품의 구조와 작용 원리.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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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신약개발이나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악티늄-225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선 악티늄-225 국내 생산이 허가되면 이를 원료로 한 방사성 의약품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환자들의 치료 기회도 늘 것이라고 전망한다. 의학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면 의약품 비용도 낮출 수 있어 환자들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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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허가를 위해 남은 핵심 이슈는 생산 안전성이다. 악티늄-225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라돈(Rn-222)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원안위 관계자는 "라돈의 차폐, 배출제한치 등을 어떻게 관리할지 평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1 방사성 의약품
불안정한 핵이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붕괴를 일으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원료로 만드는 의약품. 붕괴할 때 배출되는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으로 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2 사이클로트론
전자기력을 이용해 입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대형 장비. 한국원자력의학원 외에도 여러 대학병원에 설치돼 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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