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 보험 악용 실적 부풀리기 논란…감독당국 규제에 '자본 확충'
카드사 조달금리 인하에도 '불황' 지속…CEO 파격 교체
2024년 한 해 동안 보험업계는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과 관련한 후폭풍이 지속됐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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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김태환 기자] 2024년 보험업계에서는 보험회계 국제기준인 IFRS17 도입한 이후 후폭풍이 이어졌다. 주요 계리적 가정을 보험사가 유리한 방향으로 산출하면서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금융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과 현실화 연착륙 방안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의료계·정부와 오너 보험사들의 경우 3세 경영이 본격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업계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완화됐지만, 불경기와 더불어 탄핵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가맹수수료율 인하 결정 등으로 본업인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는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파격 인사를 통한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IFRS17로 '실적 부풀리기' 꼼수…감독당국 '칼질'에 부랴부랴 자본 조달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 시행 이후 보험사들의 실적은 늘어났지만 지급준비율인 킥스(K-ICS)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와 31개 손해보험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3조398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조5624억원(13.2%) 증가했다. 생보사 순이익은 5조30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56억원(12.6%) 증가했으며, 손보사 순이익은 8조90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9668억원(13.6%) 늘었다.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IFRS17를 악용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IFRS17은 보험계약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할인율, 해지율, 보험금 지급율 등을 최대한 낙관적으로 설정해 미래이익(CSM, 계약 서비스 마진)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 해지 시 환급금(해지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부담이 적고 초기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관련 상품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을 현실화 연착륙 방안 논의를 통해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한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새로운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관련 원칙모형을 담고 있다. 모형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으로, 완납 후에는 최종해지율 0.8%를 적용한다. 해당 원칙에 따라 해지율을 현재보다 낮게 가정하면 상품의 손해율이 상승하며 마진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더불어 IFRS17 도입 후 지급준비율(K-ICS, 킥스)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보고서를 보면 생명보험사의 평균 킥스는 지난해 12월 196%였으나 IFRS17 경과조치 후 185.9%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평균 킥스는 193%에서 180.7%로 감소했다.
IFRS17은 부채 평가방식을 정액(계약 당시 고정된 금액) 기준에서 현재 시가(시장 가치)로 평가하는데, 미래 현금흐름(보험금 지급, 해약환급금 등)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할인율(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금리)이 낮아질 경우, 부채 평가 금액이 더 커지게 되고 킥스도 낮아지게 된다.
기준금리 하락도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보험부채는 할인율을 활용해 계산하는데, 기준금리가 내려갈 경우 할인율도 함께 내려가게 된다. 이는 결국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가 증가하고,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크게 평가된다.
올해 보험사들은 IFRS17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섰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한화생명 1조9000억원 △교보생명 1조3000억원 △현대해상 9000억원 △코리안리 2300억원 △동양생명 3000억원 △한화손해보험 3500억원 △롯데손해보험 2000억원 △ABL생명 2000억원 등이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하기에 지속적인 시장금리의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이어질 것이기에 자본확충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사옥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손해보험업종본부 MG손해보험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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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인수할까…노조 '결사 반대' 지속
메리츠화재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메리츠화재와 함께 입찰에 나섰던 데일리파트너스는 자금조달 계획이 미비해 입찰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금융당국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무려 네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MG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831억원 순손실 기록했으며, 결손금 규모도 2160억원이라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이 때문에 MG손보를 인수하려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방식이 아닌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P&A 방식의 인수가 진행되면 새로운 법인이 생기고, 비우량 자산과 부채만 남은 MG손보를 예보가 청산하는 절차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P&A 방식이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MG손보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는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량 자산만 선별하는 P&A 방식을 통해 노동자들을 해고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 실손보험 개혁 탄핵 정국에 '올스톱'…내년 정상화 전망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한 혼란으로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한 개혁안 추진이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연내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혁안 마련을 주문했지만,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올해는 '물건너 갔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에 지시에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이달 비급여·실손보험 중심의 '의료개혁 2차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의료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발표 여부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단체인 대한병원협회·대한중소병원협회·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병원 3단체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5조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의료인·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달 19일 공청회를 열고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의료 개혁 2차 실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확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현재로선 연내 확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손보험은 실제 병원 치료에 지출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국민건강보험의 공백을 메우는 상품이지만,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이 높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80% 이상일 경우 손실이 크다고 본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 대비 자기부담금을 대거 높인 4세대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며 손실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82.8% 수준이던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15.9%, 올해 상반기까지 130.6%로 급등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불안한 정치권과는 별개로 금융 현안에 대한 논의를 놓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실손보험 개혁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와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혁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비급여 의료 관리방안과 실손보험 정상화 대책이 논의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등 금융권 3개 노조가 지난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태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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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업권 불확실성 지속 한 해…CEO 교체로 '승부수'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순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3%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5527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신한카드가 업계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카드 5315억원 △국민카드 3704억원 △현대카드 2401억원 △하나카드 1844억원 △우리카드 1402억원 △BC카드 1293억원 △롯데카드 102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데에는 △영업수익 성장 △판촉비 절감 △트래블·프리미엄 카드 전략 적중 △대출 채권 매각 등의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 증가에도 카드 모집인 축소 등 판촉비 절감에 집중한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것도 카드사들에게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4일 기준 금융채 2 AA+ 등급 3년물의 수익률은 3.196%로 3% 초반대를 지속하고 있다. 해당 채권의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3.9%대를 기록했다.
다만, 카드사들의 실적 개선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카드수수료 수입은 줄고 카드론 등 대출상품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주요 4개(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24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기준 24조8000억원으로 약 8000억원이 증가했다. 대출상품의 경우 단기간 높은 실적을 견인할 수 있지만 연체율 증가 등으로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재무적·운영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에서 '신용카드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으로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자, 금융 노조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통해 내년 2월 14일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 0.1%포인트 인하 △연매출 10~3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0.05%포인트 인하 △연매출 10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은 수수료율 동결한다고 밝혔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모두 0.1%포인트 감소한다. 영세 및 중소 PG하위사업자도 같은 비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권 노조는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인해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부터 적격비용재산정 제도를 통해 카드 수수료는 5차례 인하됐다. 이를 통해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5%로 차등 인하됐고, 인하된 수수료 규모는 3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카드사들의 사업방향이 대출 위주로 옮겨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카드업황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외부 전문가 영입, 본부장 승진 등 파격 인사를 통한 CEO 선임을 추진했다.
우리카드는 그룹 내 핵심 자회사임에도 외부 전문가인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을 CEO로 영입했다. 우리금융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서 외부 인사를 CEO로 임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카드는 CEO로 박창훈 본부장을 내정하며 기존 관례를 깨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박 내정자는 신한카드의 디지털·영업 핵심 부서를 두루 경험한 인물로,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시키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B국민카드는 재무담당 부사장인 김재관 후보자를 CEO로 내정했다. 김 후보자는 중소기업 고객 및 개인고객 중심의 경영관리 역량을 통해 KB국민카드를 업계 1위로 도약시키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카드의 성공을 이끈 이호성 사장이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동하면서,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을 새로운 CEO로 내정했다. 성영수 후보자는 법인카드 시장 및 글로벌 관련 상품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하나카드를 업계 선두권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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