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퇴임 전 50개 법안에 사인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에서 힐턴호텔 상속녀로 알려진 패리스 힐턴이 아동 학대 중지법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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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0일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총 50건의 법안에 무더기로 서명을 완료했다. 이미 연방 상·하원에서 가결된 이 법안들은 바이든의 서명으로 즉시 발효됐다.
바이든이 서명한 법안에는 유명 호텔 체인 힐턴가(家)의 상속녀이자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인 패리스 힐턴이 지지해온 ‘아동시설 학대 방지법(Stop Institutional Child Abuse Act)’이 포함됐다. 이른바 ‘패리스 힐턴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은 중독 치료나 재활 등을 위한 청소년 거주 시설에서 미성년자를 제대로 보호·치료하고 있는지 연방 정부가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힐턴이 이 법안을 지지한 것은 10대 시절 청소년 시설에서 학대를 당한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이 사실은 그가 2021년 미 의회에서 증언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힐턴은 자신의 부모님이 유타주에 있는 한 기숙학교의 거짓 광고에 속아 16세였던 자신을 그곳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힐턴은 “나는 보통의 16세 소녀들처럼 파티에 가기 위해 부모님 몰래 늦은 시간에 외출하곤 했다”면서 “부모님은 내가 ‘얌전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며 나를 심리치료사가 추천한 청소년 주거 치료 시설로 보냈다”고 했다.
그곳의 생활은 광고 내용과는 전혀 달랐으며, 이 시설을 부모들에게 추천하는 대가로 심리치료사가 뒷돈을 챙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고 한다. 힐턴은 “그곳에서 1년 남짓 지내는 동안 시설 밖으로 나갈 수도, 외부에 연락할 수도 없었고 신체적 및 성적 학대까지 당했다”고 했다. 부모님과 정기적으로 통화할 때도 시설 직원에게 감시당했고, 시설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하면 구타를 당한 뒤 독방에 갇히는 등 청소년들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는 것이다. 힐턴은 허가받지 않은 물건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구실로 옷을 갈아입을 때조차 남성 또는 여성 직원이 감시했다고 털어놨다.
재벌가 상속녀인 힐턴은 모델·가수 등으로 활약하며 유복하고 화려하게만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 그가 학대 피해자였으며, 그 경험 때문에 성인이 된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다고 고백하자 큰 파장이 일었다. 힐턴은 이후에도 법안 통과를 위해 거듭 의회를 방문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의원들이나 다른 시설의 아동 학대 피해자 가족들을 접촉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이 법안은 앞서 하원에서 찬성 367대 반대 33,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바이든의 서명으로 법안이 발효된 뒤 힐턴은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의회에서 활동해온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어 “수년간 의회에서 내 이야기를 공유해 왔다. 마침내 이 법안이 발효된 것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일이 변화로 이어질 수 있고, 어떤 아이도 학대의 공포를 견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매년 5만명 이상의 청소년이 주거 치료 시설에 수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든은 이 밖에도 대학이 학교 또는 지역 경찰 당국에 신고된 괴롭힘 사건을 연례 보고서에 공개하도록 하는 ‘대학 내 괴롭힘 방지법’에도 서명했다. 흰머리수리를 국조(國鳥)로 공식 지정하는 법안도 함께 발효됐다. 그동안 흰머리수리는 관습적으로 미국을 상징하는 새로 통용돼 왔지만 법률로 국조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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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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