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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사설] 환율·주가 다 걱정인데 내년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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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6일 전 거래일 종가보다 8.4원 오른 1464.8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3일(1485.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종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되면서 정치 난기류가 커지자 원화 가치가 또 추락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0.85포인트(p) 내린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산타 랠리마저 없었다는 뜻이다.

기업 경기심리도 최악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4.6을 기록했다. BSI는 2022년 4월 기준점 100 아래로 떨어진 뒤 34개월 연속 밑돌고 있다. 1975년 한경협의 BSI 조사 시작 이래 50년 만에 역대 최장 연속 부진이다. 이달 전망치 대비 12.7p 하락 폭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중소기업계 또한 암담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3071개사 대상 업황 경기전망지수(SBHI) 조사에서 내년 1월 전망치는 넉 달 연속 하락한 68.1로 집계됐다. 2021년 1월(65.0)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98만6000명)가 역대 최대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 결과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4%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것도 2020년 이후 최저치다. 기업 활력도,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경제단체들의 각종 지표는 코로나19 시기와 비슷한 흐름이다.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가 2020년(-0.7%)이다. 1500원대 환율이 현실화할지도 모를 현국면은 더 불길하다. 내년 실질 성장률이 국내외 관련 기관들이 전망한 2% 안팎에 턱없이 못 미칠 개연성이 크다.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은 설상가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10~20%)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한다. 양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최대 8.3%, 자동차는 13.6%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힘들면 투자가 줄고 일자리도 감소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는 441만 개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광산의 카나리아’가 따로 없다. 한국 경제를 짊어진 기업 운명이 백척간두다. 더구나 “내년이 더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기업인들은 ‘산 넘어 산’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가적 지원 역량을 총동원해 살길을 열어야 한다.

각종 규제 개혁과 함께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급선무다. 대한상의가 첨단기업 433곳을 대상으로 규제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7%)이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반도체 전문 인력 확보에 큰 제약이 가해진다는 호소도 가슴을 친다. 정치가 나서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 기대와 정반대로 국정 수습은 간데없이 정치 리스크만 커지고 있다. 어디서 이런 정치가 튀어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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