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사태 후 '직접 개선'에 집중
한국 외교력, 점점 줄어드는 방증
왕이(오른쪽)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2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교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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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 선포 및 탄핵 사태 이후 외교 무대에서의 '한국 패싱'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간 관계 설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물론,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중국·일본 사이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당초 한국을 매개로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중일이 이제는 '직접 접촉'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한국의 역할은 더 축소되는 듯한 모습이다.
중국의 방일 차례였는데... 日, '방중 카드' 먼저 써
2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전날 회담은 이와야 장관의 '조기 방중' 선택으로 성사됐다. 왕 부장과 이와야 장관은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하며 양국 관계 안정화를 모색했다.
사실 이번에는 왕 부장이 일본에 갈 차례였다. 양자 고위급 회담은 번갈아가며 상대국을 방문하는 게 외교 관례인데, 가장 최근 이뤄진 중일 외교장관 회동은 지난해 4월 하야시 요시마사 당시 일본 외교장관의 방중 때였기 때문이다. 왕 부장의 방일은 2020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그럼에도 이와야 장관은 관례를 깨고 중국 초청을 받아들였다. 요미우리는 "이와야 장관이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방중 카드를 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한 시민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맞은편에서 '즉각 파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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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 같은 결정에는 한국의 '내란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중일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부표 설치 등으로 오랜 기간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 왔다. 그나마 두 나라 사이에서 대화의 틈을 열어준 나라는 한국이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4년 5개월 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중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데 매개체 역할을 했던 셈이다.
트럼프발 한국 패싱, 아시아로 번지나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 도중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일본 총리였던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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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법 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국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두드러지는 '한국 패싱' 현상이 아시아 외교 무대로도 번진 것이다.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반면, 지금까지 그를 만난 한국 정·재계 인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요미우리는 "일본은 지금까지 한중일 3국 논의 틀을 활용해 민감한 대중(對中) 관계를 풀어 왔지만, 한국의 정세 불안으로 (중일) 양자 간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중일 연결고리' 한국 역할, 사라질 위기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리마=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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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은 향후 고위급 접촉을 늘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 정상 외교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양국 외교장관은 25일 회담에서 내년 이른 시기에 왕 부장이 방일하고, 고위 당국자 간 안보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이번 회담을 "정상과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을 위한 킥오프(시작)"라고 규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최근 급속도로 대일(對日)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사히도 "일본과 중국이 한걸음씩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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