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보상체계 개선 추진방안/그래픽=윤선정 |
금융당국이 보험회사 임원의 보상체계를 손본다. 월급과 성과급의 비중을 비슷하게 나누고 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주식 등 비현금자산으로 상당부분 지급하는 게 골자다.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 등 회사의 자율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업계는 반발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회사의 보상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보수체계와 성과평가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고정급(월급)과 변동급(성과보수) 간 비중을 5대 5대로 설정하고 성과급의 절반 등 상당부분은 주식 등 비현금자산으로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비현금자산은 최소 보유기간을 둬야 한다.
성과체계도 비계량지표 비중을 20% 이내로 정하고, 비재무적 지표를 20% 이상 반영하는 등 기업의 장기성장 유인구조를 갖춘 성과평가와 보상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일부 회사는 주식 또는 주식연계상품을 지급하고 성과급을 수년에 걸쳐 나눠 주고 있다. 가령 A보험회사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6월말 누적 기준 급여가 1억2000만원이고, 성과급이 11억6000만원인데 이중 성과급은 2020년부터 발생한 성과급 이연분이 포함된 데다 주가 연계 등 장기 성과와 연계해 책정한 숫자다. 만약 제도가 바뀌면 해당 CEO는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 등으로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회사의 상황이 다르고 임원별로 업무도 달라 보상체계 차이가 있는데 업권 전체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특히 임원 보수를 비현금으로 지급하면 보상의 실질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경영 성과와 무관한 주가 변동성의 영향마저 임원이 부담해야 한다. 임원의 장기적인 경영 책임 강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임원 부담이 커져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지주 전체 보상체계를 바꾸지 않는 이상 계열사 간에 차이도 발생한다. 주식 등으로 지급이 어려운 비상장회사와 글로벌 기준을 따르는 외국계 계열 보험사는 난색을 보인다.
이번 개선안은 모범관행으로 반영돼 자율준수가 원칙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강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미준수 사유를 보고토록 하고 경영실태평가에도 반영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만약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향후 추진할 신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관련해 업계 의견을 들은 후 이르면 다음 달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지는 알겠으나 보험권만 구체적으로 수치를 주는 것에 반발이 크다"면서 "말은 자율인데 사실상 강제 준수"라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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