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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IT클로즈업] ‘오공’ 성공에 고무된 중국, 中 게임 글로벌 진출 힘 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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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중국 당국이 자국 게임 ‘검은신화: 오공(이하 오공)’의 글로벌 성공에 한껏 상기된 분위기다. 이에 업계에선 당국 주도 하에 게임산업 지원이 강화되고, 중국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공은 중국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한 중국 최초의 AAA급 PC·콘솔 액션 게임이다. 지난 8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장을 돌파하는 등 대흥행에 성공했다.

오공은 게임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더게임어워드(TGA)’에서 GOTY를 포함한 총 5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기대했던 GOTY 수상은 불발됐지만 ‘액션 게임상’과 ‘플레이어의 목소리상’을 수상하며 중국 게임 역사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다.

오공 흥행을 바라보는 중국 당국의 시선에는 흡족함이 가득하다.

TGA에서 GOTY 수상에 실패하며 현지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수상 실패에 대해 화내거나 오만할 필요가 없다. 오공은 중국 게임산업의 새로운 깊이를 나타내는 새 좌표점이 됐다”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오공은 중국 AAA급 게임이 세계 무대에서 세계 최고 작품들과 경쟁한 최초의 사례다. 중국 게임이 글로벌화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관영 언론을 통해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며 두드리던 그간의 당국 기조와는 온도차가 크다. 당국이 자국 게임 성공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한 것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은 2020년 출시 후 올해 2월까지 누적 50억달러(6조7000억원) 매출을 거둬들였으나, 이에 대한 당국이나 언론의 이렇다 할 메시지 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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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오공에 주목하는 건, 오공이 중국 문화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 게임이라서다. 오공은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를 기반해 제작된 작품이다. 원작 주인공 ‘손오공’의 후손인 한 원숭이가 손오공의 흩어진 여섯 영혼을 모아 그를 환생시키는 여정을 그렸다. 단순 게임으로서의 흥행을 넘어,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확장했다는 데서 당국 기조에 부합한다는 평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공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400여 년 전 중국 신화 소설 서유기가 디지털 기술 덕분에 빛을 발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팬으로 만든 것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라며 “중국의 우수 IP가 전 세계 곳곳에서 서로 다른 문명 간의 양방향 이동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 바람’이 세계로 불면서 외국인 친구들은 중국으로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린젠 대변인은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오공을 따라 중국을 여행하면서 현실판 ‘천명인(天命人)’이 되기 시작했다”며 “각국의 친구들이 중국에 와서 핫한 문화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훌륭한 문화적 매력을 현지에서 느껴보고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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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당국 행보를 지켜본 업계는 향후 중국 게임산업 성장세에 본격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임이 문화 및 외교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중국 당국이 게임 산업에 대한 접근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1년부터 체제 유지를 위해 게임산업에 다양한 규제를 가해왔다. 하지만 경제 침체가 길어지자, 올해초부터 규제 강도를 조금씩 완화해왔다.

중국 언론 감독과 콘텐츠 심의를 관장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올해 26일 기준으로 총 1416개의 내·외자 판호(허가증)를 발급했다. 2019년(1500개 이상)에 이어 최다다.

오공의 흥행은 이러한 기조 변화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오공이 출시된 8월에만 무려 117종의 게임에 판호를 발급한 바 있다.

중국 게임 산업 육성 정책 방향도 ‘글로벌 진출’을 중심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생태계 분석과 국가별 육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게임을 국가 주도의 소프트파워 강화 산업으로 보고, ‘품질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목표로 두고 관련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세금 감면과 기술 개발 지원, 자금 지원과 인재 유치 지원 등이 골자인데, 이러한 움직임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게임 시장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은 과거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둬왔다. 오공 성과는 그 중 일부분”이라면서도 “오공은 높은 퀄리티와 함께 중국 문화 콘텐츠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가 높은 듯 하다. 앞으로 제2의 오공과 같은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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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내부에선 강한 규제를 유지해 사회적 문제를 통제하고, 외부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셧다운제 등 자국 내부에서 게임을 규제하는 방향은 당장 바뀌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게임을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보고, 자국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게임산업이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PC·콘솔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의 시청각 및 디지털 출판 협회(CADPA)가 발표한 ‘중국 게임 산업 발전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올해 중국 콘솔 게임 시장의 판매 수익 추산치는 전년 대비 55.13% 증가한 44억8800만위안(약 90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콘솔 게임 사용자 규모는 전년 대비 14.05%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스컴에서 중국 무협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콘솔 게임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플레이해봤는데 개발력에 놀랐다”며 “‘짝퉁 게임’으로 폄하하던 시기는 다 지났다. 경쟁력 높은 중국산 PC·콘솔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빛을 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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