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청 김선태(37·전문관) 주무관이 연말을 맞아 공무원의 회식 문화를 공개했다. 말로는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회식 현장에서는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고, 원샷을 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충주시 유튜브 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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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청 김선태(37·전문관) 주무관이 연말을 맞아 공무원 회식 문화를 공개했다. 말로는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회식 현장에서는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고 한입털이(원샷)를 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24일 충주시 유튜브 채널에는 '회식,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 주무관은 "오늘은 과회식이 있는 날이다. 우리 공무원 회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한다"며 "오늘은 좋은 날이라 케이크도 준비했다. 과장님, 팀장님께서 승진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인생에 몇 번 없는 승진이다. 특히 우리 국장님 같은 경우는 말이 안된다. (직급이 높아) 왜 승진했는지 모를 만큼 정말 드문 케이스"라고 했다.
김 주무관은 테이블 상석에 이날 주인공인 과장을 앉히고 자신은 맞은편 구석 자리에 앉았다. 술을 덜 먹으려고 세운 계책이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과장이 시작한 건배사는 김 주무관을 거쳐 막내 직원까지 이어졌다. 건배사를 준비하는 후배에게 "요즘 누가 건배사를 하냐"고 타박하던 김 주무관은 자신의 '건배사 차례'가 오자 황급히 일어나 "승진 정말 축하드린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건강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사진=충주시 유튜브 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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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사는 술을 덜 마시는 후배를 구박하기도 했다. 한 상사는 "사수가 먹는데 왜 안 먹냐", "얘는 되게 가려 먹는다. 내가 술 마시자고 하면 요새 약 먹는다고 한다"고 했고, 지적을 들은 후배는 결국 술을 마셔야만 했다.
후배는 카메라를 향해 "집에 가고 싶다. 팀장님과 과장님은 회식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주무관은 건배 타이밍을 못 맞췄다가 술을 한잔 더 마셨다. 그는 "저는 지금 먹었는데, 이분들이 안 먹고 저는 진짜 먹었다.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상은 2차 술자리로 이어지면서 끝났다. 술집에서 영상을 마무리한 김 주무관은 이미 만취 상태로 보였으며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영상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댓글 창에는 "돌아가면서 한마디 하는 거 PTSD 올 것 같아서 도망가고 싶다", "건배사 뒤 박수는 어느 지자체든 똑같다", "충주맨 영상 보고 식은땀 흘린 건 처음" 등 반응이 이어졌다.
김 주무관이 내부 고발용으로 영상을 올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네티즌들은 "전국 모든 공무원 조직은 제발 이 영상과 댓글을 보고 문제가 뭔지 깨닫길 바란다", "촬영 중인데 이 정도면 평소에는 한단계 더 세다는 뜻 아니냐", "후진적이고 근절돼야 하는 회식 문화를 고발하기 위해 영상 올리신 거라 믿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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