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무빙' 이어 '조명가게'까지 글로벌 히트
스타 웹툰 작가에서 글로벌 스타 드라마 작가 부상
드라마 '조명가게' 인기 덕에 웹툰 조회수 등도 150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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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만화(웹툰)을 그리다 보니 ‘강풀 유니버스’가 만들어진 거고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만으로 영광입니다. 웹툰에 이어 드라마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웹툰 작가로 시작해 이제는 ‘글로벌 스타 드라마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된 강풀(사진) 작가는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강풀 유니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웹툰의 원작자이자 드라마 작가로 참여한 ‘무빙’과 ‘조명가게’는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1·2위에 각각 올랐다. 최근 모든 화가 공개된 ‘조명가게'는 공개 후 단 12일 동안 전 세계 시청 기준 올해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 최다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강풀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드라마의 인기 덕에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 유통 중의 그의 원작 웹툰 ‘조명가게’의 조회수와 매출도 150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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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전성시대 연 ‘톱 3 작가(연상호·최규석·강풀)’ 중 1인 강풀
“‘넷플릭스는 ’연상호'…디즈니는 ‘강풀’" 평가에 “처음 들어” 손사래
“월트 디즈니도 만화가 출신…운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할 것”
‘무빙’ 이어 ‘조명가게’까지 글로벌 히트…'무빙 2'도 제작 돌입
“연상호 감독 대단해…연출은 제 능력, 영역 밖이라 제안도 거절"
웹툰이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지적재산권(IP)로 활용되면서 웹툰 작가들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그는 최근 가장 돋보이는 작가라는 평가다. 특히 이들은 글로벌 OTT에서 활약하며 K-장르를 주도하고 있다. 웹툰, 만화가 출신인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전속 감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넷플릭스와 잇달아 작업을 하고 있고, 강풀 작가는 디즈니+에서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를 선보였고, ‘무빙 2’도 제작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연상호, 디즈니+는 강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하자 그는 “처음 들었다”면서도 “월트 디즈니도 만화가였고 저도 그렇다. 이게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웹툰이든 드라마든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연 감독처럼 연출에도 뜻이 있냐고 묻자 단번에 선을 그었다. 그는 “제안이 왔는데 제 능력과 영역 밖의 일이라 사양했다”며 “연출을 하는 데는 2~3년이 걸리는 걸로 아는데 저는 작가의 자리에서 매년 한 편씩 드라마든 웹툰이든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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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 호러물이라 호불호 걱정했지만 흥행 성공초능력이라는 소재의 ‘무빙’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데 이어 호러물인 ‘조명가게’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도 ‘조명가게’의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호러물인 데다 4회까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답답하게 보일 수 있지만 5회부터 본격적으로 인물들의 서사가 시작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행이 조명가게 주인(주지훈 분)과 현주의 엄마(이정은 분)의 서사, 구조견 이야기, 지영과 현민의 이야기 등이 애틋하게 전달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초반 호러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따뜻하고 애틋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그의 특기이자 장점이 빛을 발했다. 그는 “호러든, 휴먼드라마든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제가 쓰고 그리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돼서 이해하고, 주인공들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내가 이 사람이라면 어떨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5회부터 시작되는 죽은 자들의 전사와 서사에 자신 있었다
‘강풀 유니버스의 원천’은 결국 사람 이야기···등장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갖고 작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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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조명가게’ 등장 사장의 이야기는 웹툰에 없었던 것‘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조명가게에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드라마화되는 과정에서는 원영(주지훈)과 유희(이정은)의 서사가 추가됐다. 원작에는 없던 내용으로 부모와 자식간 애끊는 이별과 깊은 사랑을 그려 시청자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강 작가는 원영의 서사를 집필하고 영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웹툰 작가로서는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깨닫고 감탄한 부분이 원영 부녀의 장면이라고 했다. 그는 “웹툰에는 없는 부분인데 독자들은 언제부터 사장이 저 조명가게에 있고 언제부터 앉아 있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만화에서 사장의 전사를 그리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컷을 채울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배우의 연기에 기대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유희는 말을 못하는 역할인데, 이정은 배우가 이걸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만화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게 말을 못 하는 등장인물들인데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극과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 드라마에서는 이야기 넣어
웹툰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배우들이 연기로 채워줘 감탄
주지훈·이정은 배우의 연기 너무 대단했다
구조견 이야기에 뜨거운 반응 나올 줄 몰랐다
지영이의 기울어진 사랑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 것
호러물이지만 귀신들의 전사, 사연들 하나 둘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인물들과 장면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는 특히 구조견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저는 만화를 그릴 때나 드라마를 쓸 때 주변의 인물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명가게’ 구조견 맥스도 저희 본가에서 키우던 반려견의 이름”이라며 “19살 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역시 우리나라는 반려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구나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극 중 구조견 맥스는 산에서 실족한 이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짖고 또 짖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지영과 현민에 대한 서사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기사 등에 달린 댓글을 모두 읽는다는 그는 “지영이만 현민이를 사랑한 게 아니냐”라는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지영이(설현)가 현민이(엄태구)를 세 번이나 살렸는데 현민이는 기억을 하지 못해 시청자들은 결국 지영이만 현민이를 더 사랑한 게 아니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는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기울어진 사랑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러나 이에 대해 작가가 답을 내놓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나름 정한 기준이 있지만 얘기를 하는 순간 그 작품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게 싫고,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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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자들의 공통 경험 ‘빛을 보았다’에서 착안한 조명
조명가게 시그니처로 필라멘트 전구 설정한 이유는 심전도 같아서
강 작가의 따뜻한 아날로그적 정서 시각화한 필라멘트 전구 등 장치 극찬
김희원에 먼저 감독 제안···중환자실 원테이크 장면 등 과감한 결정 놀라워‘무빙 2’ 작업 본격적으로 시작···'"조명가게 2' 떡밥도 많이 심어" 시즌2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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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조명이라는 상징적인 장치를 활용했다. 독특하고 로맨틱한 설정이라는 평가에 대해 강 작가는 임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경험, 즉 빛을 보았다라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그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정도 밝혀진 게 공통적으로 빛을 봤다고 하더라. 이게 무슨 신호라고 하더라”며 “의식이 없을 때 빛을 보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빛이라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다”며 “저는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조명가게’ 이미지의 시그니처인 필라멘트 전구 설정에 대해서는 “옛날에는 다 필라멘트 전구를 사용했지만 요즘은 LED를 사용하는데, 저는 필라멘트가 심전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웹툰 작가에서 시작한 강 작가의 시각적 감각과 따뜻한 아날로그 정서가 이 설정 하나에 집약됐다.
연출자 역시 화제가 됐다. 배우 김희원은 이 작품으로 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데뷔작인 데다 배우 출신인 까닭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기대가 뒤섞였다. 연출에 대한 생각은 없다는 강 작가는 김희원에게 연출을 맡아줄 것으로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근거 없이 제안했을리는 없고 '무빙' 끝나고 '조명가게' 쓸 때쯤 감독님이 연출에 관심이 있는 걸 알게 됐다”며 "현장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배우들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감독님한테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빙' 때 학생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저렇게하라며 디렉션을 하는 것을 보고 감독을 해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김희원 감독의 중환자실 원테이크 장면에 대해 극찬을 보냈다. 그는 “세트를 부수면서 맨 마지막에 촬영된 장면”이라며 “정말 감독님의 과감한 결단으로 탄생한 명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를 끝으로 강 작가는 ‘조명가게’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음 계획은 이미 알려진 대로 ‘무빙 2’ 작업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이게 무슨 일이냐. 기자님들 너무 고생하신다”며 “싱가포르 일정부터 여기까지 완전히 ‘몰빵’을 해서 한 두 달 동안 작업을 멈춘 상태인데 앞으로 이제 열심히 ‘무빙 2'를 재미있게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조명가게 2'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저 나름대로 떡밥을 많이 깔아 놓았다”고 귀띔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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