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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박훈 "'서울의 봄' 역주행→'하얼빈' 흥행, 세상은 돌고 돌아"[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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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노량'→'서울의 봄'·'하얼빈' 시대극 흥행요정

"'서봄' 천만→'하얼빈' 100만, 내겐 크리스마스 선물"

"온고지신 사자성어 기억남아…책임감 가지며 연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박훈이 ‘한산: 용의 출현’을 시작으로 ‘서울의 봄’, ‘행복의 나라’에 이어 최근 ‘하얼빈’까지 역사 소재 영화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소감과 함께 지난해 ‘서울의 봄’ 천만 흥행에 이어 ‘하얼빈’의 흥행 레이스를 경험 중인 기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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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은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의 개봉을 기념해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현빈 분)가 독립 투쟁 동지들과 함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노리는 약 일주일의 과정과 고뇌를 그린다.

박훈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이하 ‘한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1312만 관객을 이끈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이번에 개봉한 ‘하얼빈’까지. 역사 속 위인 및 악인들을 다룬 굵직한 역사 소재 시대물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박훈은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 분)의 신군부 반란을 돕는 하나회 세력이자, 도청을 통해 수도경비대의 서울 방어 계획 등을 엿들으며 이태신(정우성 분)의 작전을 방해하는 악역 ‘문일평’ 역으로 큰 활약을 펼쳐 관객들의 심박수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이후 약 1년 만인 2024년 연말 ‘하얼빈’에선 일본군 소좌로 또 다른 강렬한 결의 악역 연기를 펼쳐 호평받고 있다.

박훈은 이에 대해 “내 기억이 맞다면 작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서울의 봄’ 천만 관객을 경험하면서 ‘이날을 못 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또 우연치 않게 크리스마스 시즌 ‘하얼빈’이 개봉했다”라며 “당시 ‘서울의 봄’ 천만 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는데 ‘하얼빈’까지 많은 분들이 봐주고 계시니 얼떨떨하고 감사ㅤㅎㅏㄷ. 벌써 100만 돌파라니. 오늘부터 ‘하얼빈’ 무대인사를 시작하는데 ‘100만 감사하다’로 인사를 해야 하다니, 말도 안되는 경사에 너무 감사하다. 큰 선물이고 집에서 관련 기사들 읽어보며 흐뭇해하는 요즘”이라고 기쁨을 털어놨다.

박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아 안중근을 집요히 추격하는 강렬한 악역 연기를 펼쳤다. 모리 다쓰오는 신아산 전투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에게 일본군이 크게 패하면서 인질로 잡혀있다가 안중근의 자비로 풀려난 인물이다. 모리 다쓰오는 풀려난 후 안궁근에게 알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이후 안중근이 살아남아 하얼빈 작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의 안전을 위해 독립군을 소탕한다는 명분 하에 안중근을 특히나 집요히 추격한다. 다만 실존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다.

박훈은 “공교롭게 역사 관련 작품을 많이 하고 있다. 의도된 게 아닌데 그렇게 됐다. 저도 왜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아무래도 이런 예전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뭔가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과거에 있던 일을 단순 재현하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 거 같다. 그 메시지가 지금 사람들에게 어떻게 던져질까를 보는 것 같다”고 시대극에 많이 참여하게 되는 원동력, 매력 등을 언급했다.

‘한산’, ‘노량’, ‘행복의 나라’에선 주인공을 돕는 선역을, ‘서울의 봄’, ‘하얼빈’에선 악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박훈은 “선역과 악역을 딱히 비교해서 연기할 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내 미흡한 연기로 인물과 역사를)곡해하지 말자는 책임감을 많이 갖고 임하는 편”이라고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또 “이 인물이 저지른 행동들이 그 당시 역사 속 사건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지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한다”라며 “그 사람 자체를 실사화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시대, 그 사건 안에 놓여있던 그 사람의 존재와 의미를 되새기려 한다. 예컨대 ‘서울의 봄’ 문일평 같은 경우, 전두광이 하는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화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도청했던 그 행위, 그 행위가 준 의미에 주목했다. ‘한산’과 ‘노량’ 이운룡 역할을 할 때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순신 장군이 이 사람을 선봉에 세웠는가. 내가 이순신이면 어떤 사람을 선봉에 세울 것인가. 그만큼 이순신이 신뢰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며 캐릭터를 해석했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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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서울의 봄’ 문일평 역 스틸. ‘노량: 죽음의 바다’ 이운룡 역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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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들이 주는 메시지가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관과 삶에도 많은 영향과 힘을 주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박훈은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한문 선생님이셔서 한문을 많이 배웠다. 제가 학교 다니면서 사고를 내거나 말썽을 피우면 선생님께셔 반성문에 사자성어를 몇 개 이상 넣어 쓰게 하셨다. 그때 기억나는 사자성어 중 좋은 말이 ‘온고지신’”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찍으면서 그 말이 떠오르더라. 실제로 무언가 계속 공교롭게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세상이 반복되는 듯한. 패션도 돌아오고, 유행하는 무언가도 돌아오고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세상이 변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돌고 도는구나’란 생각도 든다. 예전의 이야길 하고 있지만, 우리 다음 미래에 일어날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혼란한 시국과 맞물려 개봉 후 1년 만에 ‘서울의 봄’이 다시 조명받은 소감도 전했다. 박훈은 “작품을 통해 간접 경험했지 사실 ‘서울의 봄’이 그렸던 그 시대의 일을 저도 모르는 세대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당황스러운 시국, 상황을 겪으며 관객들도 공감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간접 경험의 기회를 줬던 ‘서울의 봄’ 같은 역사극들을 찾아보며 지금의 시국 속에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려고 하시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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