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AI 홈 구현 위해 제품군 강화…자체 칩 설계로 경쟁력 확보
구독경쟁 본격화·FAST 수익성 다각화…트럼프 2기 관세인상 촉각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삼성전자 부스 입구에 미디어 아트가 전시돼 있다. 2024.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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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올해 가전업계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AI 홈' 구현에 다가섰다. 중국발 물량 공세에 AI 기반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로 대응한 것이다. 또 가전 보급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품 판매뿐 아니라 구독 사업,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강화 등 수익모델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내년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관세 인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트럼프 1기 당시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이후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 바 있어 향후 구체화할 관세 정책에 현지 생산 강화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46조 6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조 4522억 원)보다 8.5% 증가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3조 2835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 1714억 원)보다 3.5% 늘었다. 외형 성장은 준수했지만, 수익성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005930)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중 모바일사업부(MX)를 제외한 생활가전(DA)과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2조 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00억 원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3100억 원에서 1조 5500억 원으로 18.3% 증가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원가 절감 등 비용 효율화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LG, AI 칩 개발·라인업 확대…허브 구현 방식은 달라
올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집 전체 시스템을 AI 기반으로 제어하는 'AI 홈'을 지향점으로 삼아 AI를 탑재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양사는 개별 기기에서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처리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자체 AI 전용 칩 개발에 공을 들였고,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짐 토렌트가 설립한 AI 반도체 설계 기업 '텐스토렌트'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AI 홈을 구현하는 방향은 조금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각각에 AI 홈 허브를 탑재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고, 그 중심에 대화면의 강점을 지닌 TV를 뒀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인 '앳홈'을 인수했고, 이를 활용한 AI 홈 허브 '씽큐 온'을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에서 선보였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브랜드의 5만 종이 넘는 가전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가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AI 기반의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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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주도 구독 사업에 삼성 참전…TV 콘텐츠 강화
또 다른 키워드는 구독이다. LG전자가 먼저 기존의 렌탈서비스를 대형 가전까지 확대하고 제품 점검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가전구독 매출이 1조 원을 넘겼고, 올해는 이미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 1341억 원)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구독은 일시불 구매와 비교해 총비용은 더 높지만 △초기 구매장벽 완화 △다양한 신제품 경험 △관리부담 경감 등 장점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삼성전자도 지난 1일 'AI 구독클럽'을 시작했다. 기본 틀은 LG전자 구독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요금제를 이원화했다. 전용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올인원 요금제는 제품, 무상 수리 서비스와 함께 △방문 케어 △셀프 케어 등 케어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스마트 요금제는 고객이 원하는 방법으로 결제할 수 있고, 무상 수리 서비스와 케어 서비스를 각각 선택할 수 있다.
차별화된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어 구독 매출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 구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고, 삼성전자도 사업 성과를 검토한 뒤 확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TV 사업은 대형화 트렌드에 더해 콘텐츠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자체 OS에 탑재된 패스트(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서비스 '삼성 TV플러스'와 'LG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TV 판매 후에도 고객들이 패스트 서비스로 영상을 시청하면 지속해서 광고 매출이 발생한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TV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매출은 새 수익원이 되고 있다. 특히 타사 TV에 OS를 공급해도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OS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관세인상 예고…세탁기 세이프가드 '예방주사'
가전업계는 내년에도 이런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인상과 그 대응이 관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했고, 당선 후 미국과 교역량이 많은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우선 예고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국 8위에 오른 만큼 관세 인상이 전망된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내 기업의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수입물량 120만 대에는 20%, 초과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으로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LG전자가 같은 해 12월 테네시 공장에서 각각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 인상 정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향후 다른 제품의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다양한 제품군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관세가 인상되어도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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