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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미술의 세계

버려진 키티,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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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우는 표정 통해 깨달음 도달 표현

부부 작가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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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신작 '반야(般若) 키티'가 전시장 중정에 놓인 모습. /에르메스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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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때가 탄 헬로 키티 조형물이 놀이터에 버려져 있었다. 옆 동네 살던 부부 작가는 키티를 데려와 때를 벗겨내고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몸체엔 전구를 알알이 달아 불을 밝히고, 얼굴엔 눈·코·입을 넣어 감정을 부여했다. 한쪽은 활짝 웃고, 반대쪽은 울상 짓고 있는 ‘반야 키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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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중정에 놓인 '반야 키티'. 슬픈 표정의 반대쪽 얼굴이다. /에르메스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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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부부 작가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편집증의 낙원)’가 열리고 있다. 앞뒤 얼굴이 다른 ‘반야 키티’는 전시장 중정에 자리 잡았다. 불 밝힌 전구 조명이 불상의 후광처럼 빛난다. 작가들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게 된 키티가 마침내 ‘깨달음(반야)’에 도달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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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고 있는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전시 전경. /에르메스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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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 1~5'. 도자기에 유약, 혼합매체. /에르메스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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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와 독일 남자는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 프랑스 미술대학 에콜 데 보자르에서 함께 공부하며 2004년부터 공동 작업을 해왔다. 다양한 구성 요소를 뒤엉키게 조합하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사물과 아이디어를 떼어내고 재조립해 기발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선 6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 동상은 맥주 상자를 들고 있고, 삼각형 피라미드 구조물 꼭대기엔 스팸통을 비스듬히 꽂았다. 안소연 아티스틱 디렉터는 “전시 제목 ‘편집증의 낙원’은 정보 과잉에도 결핍이 있는 시대에 대한 은유이자, 작가와 관객이 만나는 예술 세상에 대한 은유”라고 했다. 내년 2월 2일까지. 관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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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피라미드 유'(2024). /에르메스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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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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