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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설]권위주의로 퇴행 기도한 尹, 뭘 하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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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가 보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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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12·3 계엄 선포와 당시 국방장관 등 핵심 가담자들의 망동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윤 대통령이 재임 2년 7개월여 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대한민국의 정치는 무엇이었나.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헌법이 딛고 서 있고, 현실에선 국민 희생으로 쌓아 올린 민주와 공화의 정신과는 먼 것이었다.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는 걸 꿈꿨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한밤중 무장 병력을 국회에 보냈고, 계엄 해제 표결에 나선 의원들을 끌어내도록 지시했다.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문 부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특전사령관의 말은 국헌문란 내란 행위를 입증하는 듯하다. 법적 판단 이전에, 무력으로 국회를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이나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퍼 나르는 부정 선거론에 사로잡혔다는 점은 두렵기까지 하다.

국회를 비효율 집단으로 보던 대통령은 올 총선 이후엔 아예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 그러니 협치하라는 조언과 당부를 그토록 외면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나 국회나, 모두 민심의 대리자란 사실을 망각했다. 윤 대통령 본인은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이겼을 뿐인데,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해 버렸다. 대통령이 계엄의 밤에 경찰청장에게 건넨 체포 대상 명단에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전직 대법원장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한 장면이 많았다. 대통령은 올 들어 국회에 발을 끊었다.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이고,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은 11년 관행을 깬 것이었다. 국군의날 군사 퍼레이드를 10년 만에 부활시켰고,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실시한 것은 전두환 정권 이후 처음이다. 정치 시계를 45년 전으로 돌렸다는 말이 틀린 게 없다. 대선 후보 시절 했던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전두환이)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공직 생활 26년을 했다지만, 조직 운영은 민주적이지 못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정보에 취해 절제를 잃고 회의 때 발언을 독점했다. 국무위원들이 스스로를 “고양이 앞의 쥐”라고 부를 정도로 위압적이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축인 법치도 무너뜨렸다. 야당엔 가혹하고 아내에겐 관대한 이중 잣대로 검찰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총선 개입 혐의로 기소해 놓고도, 자신은 아내와 함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어울리며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녹음까지 등장했다. 이젠 기자회견 때 거짓 해명한 것이 들통나게 생겼다.

윤 대통령이 자초한 파국은 계엄 때문만은 아니다. 몸에 밴 독단, 자기 생각만 중요할 뿐 참모건, 야당이건, 여론이건 귀 닫아 버리는 낡은 스타일이 쌓이다가 둑이 터진 쪽에 가깝다. 지금의 헌법과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최정점에 선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면모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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