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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fn사설] 野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법안 속히 통과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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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전쟁은 이제 막 시작돼
연구실 불 끄고 경쟁에서 못 이긴다


파이낸셜뉴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법안 논의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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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원들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어달라고 국회를 찾아 야당 의원들에게 호소했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이 이 예외조항에 반대하며 재계의 요청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를 찾은 것이다.

야당은 반대하는 이유로 기존 유연근로제를 활용해도 가능하다는 점과, 이 법안이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든다. 그러나 유연근로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고 법적 제약이 많아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주52시간 예외조항에 목을 매는 이유는 사정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칩워(Chip War)', 즉 세계의 반도체 전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서 뒤처진 삼성으로서는 지금이 골든타임과 같다. 한번 때를 놓치면 각국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만, 미국 등 반도체 강국들은 이미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활용해 밤새워 연구하며 혁신을 이루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마저도 우리처럼 틀에 박힌 근로시간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반도체 기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경쟁국은 연구원들이 잠을 자지 않으면서 6개월 만에 새 기술 개발을 끝내는데 우리는 근로시간에 가로막혀 2년이 걸린다면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겠는가.

비단 HBM과 같은 고도 기술이 아니라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일을 더 해서라도 경쟁자들을 물리치겠다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치인들만 낡은 이념에 빠져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야당은 이 조항이 무슨 노동착취 조항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52시간 근로제의 근간을 깨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반 제조분야가 아닌 연구직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도 말이다.

혹사 논란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만의 TSMC나 미국 엔비디아 연구직들을 보면 거의 다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을 넘기면서 연구한다고 한다. 이유는 물론 초과근무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를 기업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주52시간 원칙은 이런 경우도 금하고 있을지 모르나 핵심 기술업종은 예외를 보장해야 한다. 남들은 불을 끄지 않고 연구하는데 우리는 쿨쿨 잠을 자고 있다면 결과는 뻔하다.

경쟁을 거부하고 노동자의 인권만 생각하는 좌파적 이념을 반도체 업종에도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끼리가 아닌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문제다. 산업현장은 치열하게 움직이는데 정치인들만 이웃집 불구경하는 듯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의 앞길을 가로막아서야 정치가 있을 이유가 없다. 없는 것보다 못하다.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길로 가고 있다. 야당은 더 꾸물거리거나 반대하지 말고 예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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