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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쓴 오크통을 두 번 다시 쓰지 않는 곳이 있다. 비교적 확실한 오크통의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서너 번 사용하면 오크통의 좋은 성분이 전부 빠져나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을 대표하는 말은 '퍼스트 필(First Fill)'이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포레스에 있는 '벤로막' 증류소 얘기다.
최근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서울 한강 세빛섬에 있는 레스토랑 '무드서울'에서 벤로막에서 만든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 '벤로막 50년'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제품은 1972년 12월부터 숙성을 시작해 반세기 동안 숙성된 결과물로, 전 세계 248병만 생산된 한정판이다. 국내엔 단 1병이 들어왔는데 가격이 5000만원이다.
간담회에서 맛본 벤로막 50년은 딸기와 감귤 껍질, 파인애플 향이 조화를 이뤘다. 과일 케이크와 같은 부드럽고 풍부한 맛도 났다. 오래된 가죽 향이 더해지는 복합적인 풍미도 느껴졌다. 마지막에는 은은한 훈연 향으로 마무리된다. 알코올 도수는 54.6%이다.
리처드 트래버스 그리핀 고든앤맥페일 아시아 세일즈 담당이 '벤로막 50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영F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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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사이드는 스코틀랜드 북동부 지역으로, 위스키 생산의 중심지로 불린다. 이곳에서 1898년 뿌리를 내린 벤로막 증류소는 시작부터 자연 친화적인 전통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현대적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의 힘으로 위스키를 빚어 왔다. 현재까지 126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증류기가 단 2개뿐이라고 하며 고품질 위스키를 소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스페이사이드 지역 싱글몰트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 맛을 현재까지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벤로막이라는 이름은 스코틀랜드 토착어인 게일어에서 유래됐다. 게일어는 스코틀랜드의 켈트족이 사용하던 언어로, 스코틀랜드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다. 벤로막은 '숲이 무성한 산'을 뜻한다. 이름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증류소의 철학이 담겼다.
벤로막은 1993년 세계적인 독립병입 기업 고든앤맥패일에 인수됐다. 고든앤맥패일은 독립병입 위스키로 유명하다. 독립병입 위스키는 증류소 원액에 병입 기업의 개성을 더해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술을 뜻한다. 회사는 300여 종 이상의 제품을 5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고든앤맥패일의 제품은 아영FBC가 2021년부터 국내 독점으로 총판하고 있다.
벤로막 50년은 영국 최고 유리 세공소인 글라스톰이 제작한 수제 유리병에 담겨 예술적 가치도 더했다. 위스키병은 숙련된 기술자들의 손으로 조각하는 '바뚜토' 기법으로 제작됐다. 유리 제작 분야의 마스터들만 가능한 기술이 적용됐다. 제작된 작품마다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벤로막 50년은 병마다 형태가 다른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서 리처드 트래버스 그리핀 고든앤맥페일 아시아 세일즈 담당은 "스페이사이드의 전통을 대표하는 벤로막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브랜드"라며 "이번에 공개된 벤로막 50년은 양조 철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벤로막은 대표 상품인 '벤로막 10년' '벤로막 15년' '벤로막 21년'을 포함해 물을 타지 않은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벤로막 15년이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판매량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로막 캐스크 스트렝스의 경우 2009년 증류한 원액을 사용해 특유의 이국적인 향신료와 과일의 맛, 진한 피트향을 낸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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