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서류 등 발급기관에 진위 여부 확인
담보가치 '부풀리기' 막기 위한 기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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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지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여신 프로세스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자율적으로 규제하되 이중, 삼중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 태스크포스(TF) 추진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대형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9월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국내 11개 은행들과 TF를 구성해 자율규제안을 구체화해왔다.
개선 방안의 핵심은 △여신 심사절차 강화 △철저한 사후관리다. 우선 중요서류의 진위확인 절차가 강화된다. 대출한도 상향 등을 위해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서 등을 위·변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급기관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식으로 꼼꼼히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6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8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는 직원이 10개월 동안 대출 서류를 35차례 위·변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켜 발생했다. 해당 지점은 물론 본점 담당자도 이 서류가 가짜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담보가치 산정·검증 절차도 개선된다.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를 할 때 '무작위' 지정원칙을 명문화하고 법인 1개당 의뢰횟수 등이 제한된다. 시장가치보다 높은 '부풀리기' 대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무작위 지정이 어려운 경우엔 특정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한 이유 등 적정성에 대해 영업점장이 의견을 기재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서의 진위확인이 불가한 경우 현장조사가 의무화된다. 올해 초 KB국민은행에서 적발된 3건의 100억 원 이상 배임 사고들은 모두 대출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과장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차계약서와 담보가치평가서, 소득 증명서 등에 대한 확인 절차가 미흡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명령휴가 제도도 확대된다. 명령휴가란 다량의 현금을 다루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주고,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동안 검사를 실시해 금융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내부통제 제도다. 지인 명의를 도용해 거액의 대출을 일으켜 약 4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횡령한 NH농협은행 직원의 사례와 같은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개선된 절차가 준수되는지 여부 또한 감사 항목에 포함돼 정기적으로 점검·개선되며, 영업점 등의 핵심평가지표(KPI)에 여신사고 예방 관련 항목이 추가로 포함된다. 은행권은 내규 정비와 전산시스템 개발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자율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취급 적정성 제고, 영업 현장의 경각심 고취 등 2·3선 감시 강화로 대형 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은행권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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