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에 기저귀·생리대 업황 암울
저가 수입산 공습에 위생용지 시장, 잠식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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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업계가 벼랑에 섰다. 삼정펄프와 더불어 업계 3강인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가 유사한 시점에 직원을 감원하고 대표도 교체했다.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밖에서는 인도네시아 저가 상품이 국내에 공격적으로 침투해 내우외환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에 이어 유한킴벌리도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이제훈 홈플러스 부회장이 다음달 15일에 신임 사장에 선임된 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다.
교체 자체는 현재의 진재승 대표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가 이번 인사에 주목하는 점은 신임 이제훈 대표의 '출신' 때문이다. 이 신임 대표는 펩시, 피자헛, 바이더웨이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지금껏 소비재, 유통업계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그동안 유한킴벌리는 당사에 사원으로 입사했거나 수십 년 근무한 내부 출신만 사장으로 임명해왔다. 이 신임 대표는 첫 외부 출신 CEO다.
앞서 유한킴벌리의 경쟁사인 깨끗한나라도 이달 초 오너일가 3세 최현수 대표와 공동대표였던 김민환 대표를 교체했다. 두 회사가 이렇게 비슷한 시점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는 그 이유를 대내외 '불확실성'에서 찾는다. 두 회사는 기저귀와 생리대, 위생용지(휴지·티슈) 등 사업이 대체로 겹친다. 기저귀와 생리대는 출산율 하락 등으로 사업 전망이 어둡다.
위생용지 업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다. 한 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위생용지는 60여만톤이다. 지난해는 약 15만5000톤이 수입산이었다. 전년 대비 41% 늘어난 규모다. 위생용지의 핵심인 '원단'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APP(아시아펄프앤페이퍼)가 국내업체 두 곳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 추정치로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를 제쳤다.
이런 상황 속에 두 회사는 직원 감축도 단행했다. 유한킴벌리는 정년을 앞둔 직원 일부를 상대로 사실상의 희망퇴직을 마쳤고, 깨끗한나라는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국내 대형 제지 업체가 동시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APP의 국내회사 인수가 부적절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에 이의신청하고, 수입산 위생용지들이 한국산으로 둔갑한다며 관세청 등에 단속과 조사를 의뢰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와중에 APP가 국내에 직접 진출까지 하며 현재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원자재, 인건비 부담 속에 품질 경쟁을 하려 해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니 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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